1조 추정 미정산금 행방 추적…구영배 “동원 자금 800억뿐”
티몬·위메프 재무총괄 ‘큐텐 테크놀로지’ 검사 … "강한 불법 흔적"
이복현 금감원장 "구 대표 신뢰 안해, 1조 이상 건전성·유동성 문제”
대규모 판매자금 미정산 사태를 촉발시킨 티몬과 위메프, 모기업인 큐텐그룹에 대해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자금 추적을 벌이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입점업체에게 지급할 미정산금액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판매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를 밝히는데 검찰 수사와 금감원 검사가 집중되고 있다.
30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현안 질의에 출석해 “큐텐 자금 추적과정에서 드러난 강한 불법의 흔적이 있어서 검찰에 주말 지나기 전 수사 의뢰를 해놓은 상태고 주요 대상자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 등 강력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자금 운영상의 특이점이나 이상한 상황을 포착한 게 있기 때문에 전모를 한번 보겠다”며 “자금에 대해서는 진짜 엄정하게 보고, 검찰 등 수사기관과 협력해서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무위에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 자금을 빼내서 미국 e커머스 플랫폼인 ‘위시’를 사들이는데 투입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위시 인수 자금 중 400억원이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아니냐”는 질문에 구 대표는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400억원이 들어오고 바로 400억원을 갚았다”며 이번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큐텐이 티몬 등 자회사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과정에서 자회사 대표들의 사후 승인이 이뤄진 정황 등이 알려지면서 티몬과 위메프 내부에서 자금 관리의 통제권을 사실상 상실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 인수 후 이들 자회사의 재무조직을 없앴고 그 기능을 ‘큐텐 테크놀로지’로 옮겼다. 국회 정무위에 출석한 티몬과 위메프 대표들은 미정산금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구 대표도 “자금 운영과 관련해 보고받지 않고 있다”며 “재무 흐름은 재무본부장이 전체적으로 총괄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금감원은 티몬·위메프에 대해 7명 규모의 검사반을 파견해 현장 점검을 시작했으며 추가로 6명을 별도 투입했다. 새로 투입한 인력에는 자금추적 전문가들이 포함돼 있으며 29일부터 큐텐 테크놀로지 본사에서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 원장은 “금감원이 20명 가까운 인력을 동원해서 검찰에도 이미 수사 인력을 파견해 놓았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판매 대금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판매대금이 어디로 흘러갔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돈은 전용이 아니라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까 그 돈을 대부분 프로모션으로 썼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전자상거래에서 가격경쟁이 중요 이슈가 됐고 알리·테무로 경쟁이 격화됐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구조적 방법은 글로벌 확장이고, 15년간 모든 것을 걸고 비즈니스를 키우려 했으며 한 푼도 사익을 위해 횡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어떤 사기나 의도를 가지고 했다기보다 계속적으로 이뤄진 십 수년간 누적된 행태”라며 “경쟁 환경이 격화되고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했다”고 말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위메프와 티몬의 올해 7월까지 손실을 합치면 1조2000억~1조3000억원의 누적 결손이 보여 1조3000억원 이상의 피해액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원장도 “1조원 이상 건전성·유동성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
미정산 판매 대금이 1조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는데도 구 대표는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이라고 말했다. 그마저도 그는 “중국에 묶여 있어 당장 정산 자금으로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구 대표의 답변과 관련해 “가급적 선의를 신뢰해야겠지만, 최근 저희와의 관계상에서 보여준 행동이나 언행을 볼 때 약간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들이 있기 때문에 말에 대해 신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 이면에는 큐텐그룹이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주식 시장인 나스닥에 상장시키려 한 것이 주요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큐익스프레스 상장을 위해 티몬·위메프 등 자본 잠식 상태인 e커머스 기업들을 대거 인수해서 몸값을 높이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매출 확대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국내 e커머스 업체의 매출 증가에 따른 물류량 늘리기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몇 개의 기업을 인수해 생긴 물류를 큐익스프레스 물동량 증대로 이어지게 해 나스닥 상장에 이롭게 하려 한 것”이라며 “나스닥 상장을 위해 미정산금을 이용한게 아니냐”고 질타했다. 구 대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