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로 강력한 '플랫폼법 제정' 힘받는다
정부 입법 재추진, 야권도 법 발의에 적극
소상공인 “법으로 재발방지 명시해야” 호소
플랫폼의 판매대금 돌려막기 악용 봉쇄
티몬·위메프 정산지연 사태로 플랫폼 규제 필요성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면서 ‘보다 강력한 플랫폼법 제정’이 제기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30일 “소비자와 입점업체의 피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입법규정을 하루속히 제·개정해 줄 것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사태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해 3가지를 요구했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판매대금 지급을 위해 약속한 사재출연 즉시 이행 △판매대금 정산기일 10일 이내 명시 △판매대금보호법 규정 등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나치게 긴 정산기일을 꼽았다.
다수의 플랫폼은 소비자의 환불이나 교환을 고려해 짧게는 3일부터 늦어도 10일 안에 정산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는 30일 이후 정산정책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결제 후정산’ 방식은 ‘자금 돌려막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7월 판매자 대금은 8월에 들어올 결제금으로 정산할 수 있는 구조다. 융통할 자금이 전혀 없어도 ‘돌려막기’가 가능한 셈이다.
이번 티메프사태는 전형적인 ‘돌려막기’가 드러난 사례다. 큐텐그룹이 수익성 확보를 통한 적자 개선보다는 당장에 들어올 결제금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다 사고가 터졌다는 평가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정부와 국회는 판매대금 법으로 정산기일을 10일 이내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매대금 보호도 강화해야 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판매대금 보호를 위해 감독기관 지정, 판매대금 보관 의무화, 일정 규모 이상에 대한 보험가입 의무화, 다른 사업 목적으로 이용 금지 등을 법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미 전자상거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006년 4월부터 ‘거래대금예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주로 온라인거래에서 ‘안전결제’란 이름으로 많이 활용되는 방식이다. 네이버페이 안전결제가 대표적이다. 1997년 미국이 부동산거래에 도입한 ‘에스크로’(Escrow) 제도와 유사하다.이 제도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 신용관계가 불확실할 때 제3자가 상거래를 중개하는 매매 보호 서비스다. 구매자와 판매자 거래에서 플랫폼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구매자는 상품 매입금을 안전결제계좌로 입금한다. 물품을 받은 구매자가 최종 구매승인을 하면 계좌에 예치된 돈이 판매자에게 이체된다.
온라인쇼핑몰 등 통신판매업자는 거래대금예치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했다. 그러나 티몬과 위메프는 도입하지 않았다. 티몬과 위메프는 23일에서야 ‘에스크로’를 다음달 중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관리부실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소상공인연합회장을 역임한 최승재 전 의원은 “티몬과 위메프는 에스크로 의무화를 무시했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소비자와 판매자 보호를 위해 플랫폼이 판매대금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 발의가 시작됐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30일 온라인플랫폼의 이용약관 신고제를 도입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했다.
개정안은 부가통신사업자가 △서비스 이용조건·대가 △이용조건 변경 시 사유·절차 △해지나 서비스 제한의 절차·요건 △이용자의 이의제기·피해 구제의 기준을 갖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서비스 이용약관을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이해민 의원은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용자 보호에 대한 규정과 피해구제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넣어 과기정통부 장관이 한번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가칭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 논의도 탄력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플랫폼법 입법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야당도 이와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플랫폼 법안은 총 4건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5일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온라인플랫폼법, 전자상거래법 등 관련 법률의 조속한 제정과 개정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