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떠나는 개미·기업…유니콘 IPO 지원 시급
네이버웹툰 나스닥 진출 이후 미 상장 추진 잇따라
정은보 이사장 “유니콘 기업 국내 상장 적극 돕겠다”
올해는 글로벌 증시 대비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를 떠나는 개인투자자와 기업들이 급증했다. 서학개미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주식투자로 발길을 돌렸고 국내 기업들 또한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나스닥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잇따르는 K-유니콘 미국행 =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사상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투자가 크게 늘었다. 서학개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팔고 미국 대형 기술주들을 사들이고 있다.
기업들 또한 과열과 침체를 반복하는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을 떠나 해외 상장을 추진하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3년 전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에 이어, 지난달 네이버 자회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WBTN)가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면서 해외 주식시장 진출에 관심이 커지는 모습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현재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은 여행 플랫폼 기업인 야놀자와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홀딩스, 그리고 축전지 제조사인 SK온 등이다.
모두 예상 시가총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이른바 ‘대어’들이다. 이들 기업은 나스닥 시장의 높은 수수료와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보다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국내시장보다 높은 유동성과 최근 지수 급등으로 자금조달이 훨씬 수월할 것이란 판단이다.
최근 나스닥 상장이 가시화된 기업은 ‘야놀자’다. 지난달 블룸버그 등 주요외신은 야놀자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며 이르면 7월 중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상장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다. 야놀자가 희망하는 기업가치는 70억~90억달러(약 9조6000억~12조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가 10억달러(1조원) 이상인 비상장기업을 말한다. 한 나라의 유니콘 기업 수는 해당 국가의 스타트업 생태계와 모험자본시장의 성과를 가늠하는 척도로 두루 인용되며, 전 세계는 유니콘 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유니콘 기업의 잇따른 해외증시 상장은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시가총액이 큰 종목들이 해외 상장에 집중하면, 국내 자본시장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니콘 기업들이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미국에 상장했더라도 투자자의 주목을 끌기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 미국에 상장한 한국 기업 12개사 중 5개사는 현재 상장폐지 된 상황이다. 미국 증시는 입성도 쉽지만 퇴출도 쉽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실적이 부진하거나 일정 기준에 미달되면 우리나라와는 달리 냉정하게 시장에서 내보낸다.
작년에 상장된 한류홀딩스는 현재 주가가 0.2 달러 대에 머물고 있어서 상장폐지 경고를 받은 상태다.
◆국내 유니콘 기업 상장 특례 =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에서 적정한 공모가를 산정하고 장기 투자자를 유인할 수 있도록 IPO 시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IPO 규제를 강화하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역할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30일 한국거래소는 국내 유니콘 6곳의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내외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이들 기업의 국내 상장을 유도하려는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JW메리어트호텔서울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 대표, 이주완 메가존클라우드 대표, 마국성 아이지에이웍스 대표, 김슬아 컬리 대표, 박준모 무신사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가 참석했다. 유니콘 기업 CEO들은 간담회를 통해 상장준비 과정에서의 애로사항과 상장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유니콘 기업의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며 미래성장형 기업의 상장 활성화를 위한 거래소의 상장 정책을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매출 및 이익 측면에서 일반기업에 적용되는 요건 충족이 어려운 유니콘 기업은 과거 경영성과 대신 시장의 평가로 상장심사를 받는다”며 “매출액 이익 등 당장의 경영 성과가 없더라도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을 통해 시장가치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경우 코스피 상장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니콘기업 상장특례를 살펴보면 먼저 재무안정성 및 경영안정성 특례요건을 적용, 공모자금 유입 효과 등을 고려한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을 심사해 상장을 허용하고 우호주주와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 체결 등 경영권 안정화 방안에 대한 심사로 안정화 방안의 적정성이 인정되는 경우 상장이 허용된다.
정 이사장은 “CEO 간담회를 통해 수렴한 의견을 상장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IPO 준비 과정에서 기업이 겪는 애로사항을 지속적으로 청취해 유니콘 기업들이 우리 시장에 원활히 상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