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맞은 한동훈 체제…‘용산발 훈풍’에 한 고비 넘기나
“갈등 국면 고조되기 전 분위기 전환”
채 상병 특검법은 여전히 ‘불씨’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1주일을 맞았다. 정점식 정책위의장 교체 여부를 놓고 긴장감이 커지다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 이후 급속하게 국면이 전환됐다. 한 대표 측에선 “한 고비는 넘겼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위기다.
31일 한 대표 측 인사는 전날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관련해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독대는 언제라도 해야 했어야 할 일”이라면서도 “갈등이 고조되는 국면으로 갈 뻔했는데 그 전에 잘 마무리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 대표 체제 출범 후 정 정책위의장 교체 문제가 당정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거론되면서 긴장감이 높아졌지만 이번 독대 이후엔 어떤 인사가 나오든 받아들이는 당내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질 수 있다고 봤다. 이 인사는 “이제 한 대표가 정책위의장 관련해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당에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다고 해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한 대표가 민심·당심 모두 63%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출범했지만 최고위원들과 대표 간에 다소 삐걱거리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특히 정 의장 교체 문제가 돌출하자 최고위원들의 의견이 갈리면서 친윤계와 친한계의 파워게임 양상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현재 최고위원회 멤버 중 추경호 원내대표, 정 의장, 김재원·김민전·인요한 최고위원 등 5명이 친윤계로 분류되는데 정 의장 교체시에는 친한계가 수적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는 언론의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양측이 물밑 신경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한 대표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던 정광재 전 대변인은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임명직 당직자들이 사의를 표했던 게 관행”이라며 “관행을 벗어나면서까지 (정 의장이) 자리를 지키고 계신 게 옳은가 싶다”고 정 의장을 직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가 알려진 후에는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도 급속하게 화해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31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책위의장의 당헌상 1년 임기 규정’ 관련해 “부수적인 이야기”라면서 “정치판에 문장 가지고 이야기할 건 아니다”고 말했다. 최고위원 구성이 친윤 5명, 친한 4명 등 5:4로 분류되는 데 대해서도 “한 대표가 보수진영에서 비워야 할 훌륭한 정치적 자산이고 잘 도와서 만들어야 될 분이라고 생각해 적극 협력할 생각이었는데 어느 순간 제가 5에 속하더라. 저는 4로 가고 싶은데”라며 한 대표 체제에 적극 협조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동훈 체제 출범 이후 현재권력(윤 대통령)과 미래권력(한 대표)의 관계 설정이 어떻게 될지 다들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독대 이후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기류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평화 모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 측 다른 인사는 “당원들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은 일단은 안정”이라면서 “한 대표가 미래권력이라고 해서 윤 대통령과 처음부터 맞서고, 그래서 당에서 잡음 나오고 하면 좋아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지금의 평화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야당에서 압박하고 있는 채 상병 특검, 김건희 여사 특검 등에 대해 한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언제고 갈등 국면이 재차 시작될 수 있다.
당내에선 채 상병 특검 관련해 상반된 입장이 나오고 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채 상병 특검법) 어떤 안이 나오더라도 우리 의원들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검법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너무 컸다. 채모 상병 죽음의 진상을 밝히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결국 대통령 탄핵으로 몰고 가기 위한 특검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하다”고 말했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같은 날 SBS라디오에서 채 상병 특검법 관련해 “(한 대표가 제안했던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면서 “물론 당내 합의를 하고 야당과 협상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이게 국민들이 보시기에 ‘당이 변화되는구나’ ‘민심을 받드는구나’ (느끼게 되는)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사안을 무시하고 시간만 보내면, 국민들이 납득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국민께서는 마음속에 이걸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며 “지방선거, 대선까지 이 사안이 계속 나오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