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티메프 자금 쌈짓돈처럼 빼 써
‘위시’ 인수에 400억 전용 … 자금집행 후 대표 승인
큐텐그룹이 자회사인 티몬·위메프(티메프)의 자금을 쌈짓돈처럼 빼 쓴 정황이 확인된 가운데 1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미정산금액에 대한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자금추적이 진행되고 있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현안 질의에 출석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미국 e커머스 플랫폼인 ‘위시’ 인수와 관련해 “인수자금 중 400억원을 티몬·위메프 자금에서 썼고 일부는 판매자금이 포함돼 있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유통업계에서는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의 자금을 빼 쓴 과정에서 내부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11일 큐텐은 위시 인수 자금 명목으로 티몬에서 200억원을 빌렸다. 그 과정에서 류광진 티몬 대표의 승인은 자금이 빠져 나간 이후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큐텐은 올해 1월에도 1년 만기 자금 50억원을 티몬에서 빌렸는데, 그 당시에도 대표 승인은 자금 대여가 집행된 날로부터 19일이 지난 이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한 이후 재무와 기술개발 조직을 해체하고 관련 기능을 큐텐 테크놀로지에 넘겼기 때문이다. 큐텐그룹은 큐텐 테크놀로지를 통해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 부분을 통제한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에 출석한 티몬과 위메프 대표는 거래대금 등 자금 흐름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큐텐 자금추적 과정에서 강한 불법의 흔적이 있어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