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마약 수사외압’ 의혹 수사 본격화
공수처, 백해룡 경정 추가 고발인 조사
휴대전화 포렌식 녹음파일 다수 확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 사건은 경찰이 세관이 연루된 마약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으로 공수처가 수사 중인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도 닮아 있어 주목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전날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인 백해룡 경정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고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았다.
앞서 백 경정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과 고광효 관세청장, 조병노 경무관 등 경찰과 관세청 고위직 9명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백 경정이 공수처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달 24일에도 출석해 약 10시간 동안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공수처는 백 경정이 제출한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다수의 통화기록과 녹음파일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혹은 영등포서 형사2과가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의 필로폰 반입 사건에 인천세관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려 했으나 당시 영등포서장이던 김 모 총경과 서울경찰청 간부 조병노 경무관 등이 수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백 경정이 이끄는 수사팀은 지난해 1월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6명이 필로폰 4~6kg을 몸에 부착해 인천국제공황을 통과하는 과정에 세관 직원들의 협조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당초 이 사건은 윤희근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보고됐고, 윤 청장은 “아주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소기의 성과가 대내외에 제대로 알려지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직접 챙기라”고 칭찬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청은 지난해 10월 언론에 배포할 보도자료에서 세관 관련 내용을 삭제할 것을 백 경정에게 지시했고, 결국 공식 보도자료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빠졌다. 이 과정에 당시 서울청 생활안전부장이었던 조 경무관이 백 경정에게 전화를 걸어 ‘세관 얘기가 안 나오게 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조 경무관은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승진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이 전 대표는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경무관은 윤 청장 지시로 감찰을 받고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나 이례적으로 ‘불문’처리됐다. 조 경무관은 외압 의혹에 대해 “인천공항 세관장에게 국감 대비 차원에서 협조 요청을 받았고 브리핑 내용에 세관 직원이 언급되는지 확인한 것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수사 외압에 대통령실까지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백 경정은 “김 총경이 지난해 10월 5일 전화를 걸어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으니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며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김 총경은 언론 등을 통해 “용산 관련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백 경정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녹음파일 등을 토대로 대통령실과 경찰 수뇌부 등 외부의 수사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전날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의혹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