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유출 우려에도 쇼핑정보 모으겠다고?
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원들 사이에서 “파산하면 내 개인정보는 어찌되는 거냐”며 탈퇴를 선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개토론방 등에서 회원탈퇴 사례나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약속했다. 전문가들도 유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런 불안감은 온 국민이 그만큼 개인정보 유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탈취해 발송한 불법 스팸문자 신고가 올해 상반기에만 2억건을 넘어섰다. 지난해의 3억건 기록 초과는 불문가지다. 또 보이스피싱, 주식 리딩방 등 피해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피해는 금전뿐 아니라 피해자의 생명까지 위협하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학계와 유통업계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유통분야 마이데이터 사업도 문제를 삼고 있다. 민감한 개인 쇼핑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를 소비자 동의를 받아 업체 서비스나 앱에 모아 사업적으로 이용하는 제도다. 지난 2022년 금융권에 도입, 소비자 동의를 받아 예금·투자·대출 정보를 제공하거나 신용정보조회 금융상품 추천 등에 이용하고 있다.
정부가 이를 유통분야로 확대하려들자 학계와 업계는 물론 소비자단체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최근 주요 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가 무심코 정보제공에 동의하는 순간 자신의 모든 정보를 전세계 사업자들이 가져다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커피쿠폰’ 등을 제공하면서 정보제공을 유도할 것”이라며 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한 소비자 피해를 걱정한다.
이런 사례는 제도가 먼저 도입된 금융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9개 주요 금융앱을 조사한 결과 이용자가 ‘무료체험 신청’ ‘포인트·환급금 조회’ 같은 보상형 광고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성명과 연락처, 종합소득세 신고명세서 등 최대 52종의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소비자는 평균 5.7개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실제와 차이가 크다. 일부는 개인정보수집 또는 제3자 개인정보 제공 동의 철회도 안된다.
다행히 정부는 유통업계 등과 논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협의 결과는 연말로 예정된 고시에 반영하겠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수혜자로 생각했던 유통기업과 소비자가 반대하는 이유를 꼭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제도 도입을 염두에 둔 요식행위가 아니라 국민 여론을 제대로 제도에 반영하는 과정이길 기대한다.
장세풍 기획특집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