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공석 상태 장기화되나

2024-08-02 13:00:03 게재

김선수·노정희·이동원 대법관 1일 퇴임

후임 노경필·박영재 대법관 2일 취임

이숙연 후보자 보고서 채택 보류돼 공석

6년간 대법원을 지켰던 김선수·노정희·이동원 대법관이 1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후임 대법관으로 노경필·박영재 대법관이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지만, 이숙연 대법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보류돼 당분간 대법관 공석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2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노경필(사법연수원 23기)·박영재(연수원 22기) 신임 대법관이 취임한다고 밝혔다. 대법관 임기는 6년이다.

노 대법관은 전남 해남 출생으로, 광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7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해 5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는 등 재판 업무에 해박한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법관은 부산 출생으로, 배정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6년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로 임관해 사법연수원 교수, 법원행정처 심의관, 기획조정실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역임해 사법행정 경험이 풍부하다.

1일 국회는 노경필·박영재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숙연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이 지연되면서 당분간 대법관 공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에 따라 대법관 임명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국회 대법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노·박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심사경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자녀의 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진 이숙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는 여야 이견으로 채택이 보류됐다.

이 후보자는 딸이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 산 비상장 주식을 다시 아버지에게 팔아 6년 만에 약 63배의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졌다. 이 후보자는 배우자와 딸이 보유한 비상장주식(총 37억원 상당)을 기부하겠다며 사과했다.

인사청문특위는 이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추후 다시 검토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박범계 위원장은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오늘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이 보류됐다”며 “향후 진행 방향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에 따라 대법관 공백상태도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이날 퇴임한 세 대법관은 퇴임식에서 저마다 중시했던 가치를 강조하며 법원에 당부했다.

법조계에서 김선수·노정희 전 대법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며 이동원 전 대법관의 경우 중도 내지 중도 보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선수 대법관은 “대법관은 시대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며 “기존의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식견을 가진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부의 가장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역할은 ‘다수결 원리’에 의해서는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이와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대법관이 각 부에 1명씩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7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일해온 노정희 대법관은 “사법부의 구성 자체에도 다양성의 가치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며 “여성으로서 7번째 운운한 제 말이 소소한 웃음거리가 되는 날이 가까운 시일 내에 오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법관은 “최근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 대신 즉흥적이고 거친 언사로 비난하는 일 등이 잦아지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사법부 독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증진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동원 대법관은 ‘법의 지배’를 강조했다. 이 대법관은 “우리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법관은 정치적 압력 등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즉 법관 자신의 개인적 소신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관마다 헌법과 법률, 양심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재판의 자리에 서는 사람들은 항상 사람이 지배하는 재판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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