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업무 떠안은 인력 96%는 전담·일반간호사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 절반 미만
인력충원 미흡으로 업무에 과부하
간호사법 제정으로 법적 보호 필요
지난 2월 의료공백 사태 이후 전공의 업무를 떠안은 인력 96% 이상이 (가칭)전담간호사와 일반간호사들이었으나 추가 인력충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이들 간호사들의 법적 보호를 위해 지난 2월부터 시행 중인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대상기관 가운데 절반도 참여하지 않고 있어 법적 제도적 보호를 위해 여당이 발의한 간호사법 제정을 서둘러야할 것을 지적됐다.
2일 대한간호협회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대상인 387개 의료기관 가운데 설문에 참여한 303개 기관을 대상으로 6월 19일부터 7월 8일까지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시범사업에 참여한 기관은 151개소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범사업 대상기관은 수련병원 215개소와 비수련기관 172개소 등이다.
이들 기관을 의료기관 종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이 46개 기관이었고, 종합병원 중 수련병원과 비수련병원이 각각 81개 기관과 24개기관이었다.
특히 정부가 진행하는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152개 의료기관에서도 간호사들에게 진료지원 업무를 전가시키고 있어 법적인 보호가 시급한 상황이다.
진료지원 업무를 하는 간호사를 ‘전담간호사’로 부르는 기관은 72%였다. ‘PA간호사’란 호칭을 사용하는 기관은 8.5%에 불과했다. 진료지원 간호사를 ‘PA간호사’로 부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불법행위를 한다는 이유로 그간 고소 고발이 빈번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에서 진료지원 업무를 하는 간호사는 1만3502명이었고, 이들 중 96.1%인 1만2979명은 전담간호사 또는 일반간호사들이었다. 전문간호사는 3.9%인 523명에 불과했다.
전문간호사(Advanced Practice Nurse, APN)는 10년 이내에 해당 분야에서 3년 이상 간호사로 근무한 경험을 가지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간호사 교육기관(대학원)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말한다. 현재 의료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전문간호사 분야는 보건, 마취, 가정, 정신, 감염관리, 산업, 응급, 노인, 중환자, 호스피스, 종양, 임상, 아동으로 총 13개 분야가 있다.
반면 ‘PA간호사’, ‘코디네이터’라고도 불리는 전담간호사는 병동에서 환자를 돌보는 업무 이외의 업무를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간호사를 일컫는다. 의료기관이 숙련 간호사 중 자체 선발해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케 하고 있다.
지난 2월 의료공백 사태 이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다양한 분야에서 전공의를 대신해 일반간호사를 추가로 전담간호사로 활용하고 있지만 병원들이 경영난을 니유로 신규간호사 채용에 나서지 않으면서 정작 이에 대한 적절한 인력충원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성을 위한 표준 교육은 현재 대한간호협회가 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운영 중에 있다.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15개 분야는 수술, 외과, 응급중증, 내과, 심혈관, 신장투석,상처장루, 영양집중, 교육, 결핵, 장기이식, 당뇨, 외래, 연명의료, QI(의료의 징 향상) 등이다.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전담간호사들은 의사와 간호사 업무를 모두 수행하고 있었으며 41.6%가 전담간호사를 선발할 때 경력 위주로 선발하지만 경력만 고려한다는 곳은 11.9%였다. 아직까지 기준 없이 선발하는 곳도 20.8%에 달했다.
황선영 한양대 간호대 교수(대한간호협회 전담간호사 제도 마련 TF 공동위원장)는 “소득수준 증가 및 고령화로 전문적 간호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진 만큼, 현장에서 자생한 특정 15개 간호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전담간호사를 중심으로 교육체계 및 지원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간호사법이 하루빨리 제정되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전담간호사의 전문성을 보장하고 체계적인 역량 강화 시스템을 통해 국민 건강증진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