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밥상나눔, 이웃이 서로 보살핀다
종로구 창신2동 ‘건강돌봄회’
1인가구 안정감·소속감 커져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을 돕는 활동지원사이자 이웃인 신상화(64)씨. 그보다 5살 어린 중증장애인 동생과 함께 매주 한차례 들르는 곳이 있다. 가파른 골목길 위쪽 동부여성문화센터 4층에 자리잡은 공동체공간 ‘마실’이다. 텃밭에서 기른 채소에 인근 주민들 정성을 더해 수요일마다 동네밥상을 차리기 때문이다. 신씨는 “이웃과 친교가 없었는데 6개월 정도 이용하면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며 “정성이 깃든 밥상이라 더 맛있어 주변에도 이용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5일 종로구에 따르면 고령자와 건강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창신2동 주민들이 ‘창신건강돌봄회’를 꾸려 서로 돌보는 지역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주민들이 마을에서 ‘스스로 함께 서로의 건강을 돌보는’ 주민 주도 돌봄체계를 목표로 추진해온 ‘건강이랑 서비스’ 일환이다.
건강이랑 서비스 중심에는 지역활동가와 이웃건강활동가인 주민이 있다. 보건의료 전문인력과 함께 돌봄이 필요한 이웃을 발굴하고 건강관리를 지원한다. 65세 이상 1인가구와 70세 이상 2인가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 돌봄을 희망한 주민들을 집중 관리한다.
특히 소모임을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 건강한 삶을 꾸려가도록 유도한다. ‘창신건강돌봄회’는 그 선두에 있다. 수요밥상을 100회나 진행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주민 53명이 돌봄회 창립총회를 열었다. 이웃건강활동가 이은경(63)씨는 “곳간서 인심 난다고 밥상이 큰 역할을 했다”며 “처음에는 본인 먹거리를 들고 모였는데 집에 남은 음식을 들고와 나누다가 수요일에 정례화 됐다”고 설명했다.
이웃이 활동가로 참여하는 만큼 주민들을 설득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돌봄을 희망하는 각 가정을 방문하고 안부전화를 하면서 칩거한 주민 등이 생활행태를 개선하도록 중재에 나선다. 처음에는 참여를 거부하다가도 눈물을 쏟아내며 밥상머리에 앉는다. 이숙자 수요밥상 대표는 “월 1만원씩 식비를 받고 후원금이나 후원물품으로 석달에 한번 생일상을 차린다”며 “남성 다섯명이 텃밭을 가꾸고 여성들은 두명씩 교대로 주방을 맡는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는 매달 한차례 생일상을 차리고 있다.
주민들 자발성이 활동에 지속가능성을 더한다. 밥상나눔 공간을 채운 식기나 전자제품 등은 주민들이 직접 마련했다. 16명 생일잔치가 열린 지난달 31일만 해도 케이크 수박 옥수수 등 후원이 줄을 이었고 활동가들도 5만원 10만원 후원금을 보탰다. 생일잔치에 앞서 활동가 한명이 자연스럽게 건강박수를 유도했고 노래가 시작되자 어느새 하모니카 연주가 곁들여졌다. 구 관계자는 “전 주민이 활동영역마다 대표나 부대표 간부를 맡아 책임감이 커졌다”며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챙기기 힘들어 각 간부들이 출석 확인 겸 일상 안부 확인을 한다”고 전했다.
창신2동에서 건강돌봄회가 출범하던 날 이웃 숭인동에서는 ‘숭인사랑나눔회’가 결성됐다. 종로구는 권역별로 주민 활동거점을 확보하는 동시에 건강 소모임을 3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건강리더’를 연계하고 대학생 청년을 이웃건강활동가로 양성해 건강이랑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도 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건강 소모임은 주민들이 자신과 이웃 건강을 챙기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이웃이 서로를 살피고 촘촘한 관계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든든히 뒷받침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