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구덕운동장 개발계획 바꾼다
아파트 줄이고 공공성 강화
시민사회 반발에 수정안
100년 역사의 구덕운동장을 재개발해 아파트촌으로 개발하려던 부산시의 계획이 대폭 수정된다.
5일 부산시에 따르면 구덕운동장 개발계획안에서 49층으로 추진되던 아파트 층수를 36층으로 크게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세대 규모도 850세대에서 600대 세대로 줄어든다.
아파트 규모는 줄이면서 공공성은 강화키로 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체육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외부트랙이나 농구대, 쉼터 등을 보강키로 했다. 실내에도 시민들에게 개방되는 도서관과 키즈카페 등은 공간을 더 확대한다.
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조만간 국토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토부 도시재생특별위원회는 이달 말 심의를 통해 도시재생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를 지정할 계획이다. 시는 논란이 되는 아파트 층수 계획을 대폭 줄인 변경안을 국토부 심사 전에 제출해 국가시범지구 지정을 반드시 받을 계획이다.
시는 지난 7월 26일 대전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열린 국토부 종합자문 과정에서 제시된 의견을 토대로 보완작업에 착수하게 됐다.
국가시범지구 지정 후에도 민관학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 아파트 동간 간격 조정이나 대형마트 유치 등 지역 주민의견을 담아 개발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시는 지금까지 국토부 심사 전 아파트 규모 변경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다만 국가시범지구 지정이 되면 이후 구체화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시가 국토부 심사 전 계획변경에 나선 데는 주민은 물론 시민사회 전체로 반발여론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오순 부산시 체육진흥과장은 “논란은 줄이고 공공성은 강화해 시민들이 원하는 공간으로 구덕운동장을 재개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덕운동장은 현재 초고층 아파트 위주 개발로 시민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2월 발표된 계획은 38층 아파트 3개동 530가구였는데 49층 아파트 4개동 850가구로 크게 늘면서 공청회가 파행됐고 시민사회 반발로 이어졌다. 부산참여연대와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등에서는 “체육공원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는 것은 졸속이자 약탈”이라며 “토건세력을 위한 개발”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시의회도 7월 임시회에서 시가 제출한 의견청취안에 대해 “시민의견수렴 절차가 미흡하고 시가 일방적으로 검토한 개발계획안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역 국회의원인 곽규택 의원은 지난달 31일 주민협의회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구덕운동장 재개발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