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한국은행, 이번달 선제적 결단해야

2024-08-06 13:00:00 게재

이달 말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화정책 전환을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역대 최장기간 이어지는 고금리로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크게 위축되면서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이 길어지고 있어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필요와 여건은 충분하다. 물가 오름세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2.6%)은 6월(2.4%)보다 소폭 올랐지만 집중호우 등에 따른 일시적 요인이다. 최근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수요 측면에서 물가 하방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한은 물가안정 목표치(2.0%)에 수렴된다는 확신이 커지는 셈이다.

통화정책 결정의 다른 한축인 금융안정 불안요소가 크기는 하다. 올 들어 주담대 잔액은 4월 이후 넉달째 매달 5조원 넘게 늘고 있다. "금리는 내리고, 집값은 오를 것"이라는 소비자 기대심리도 팽배하다. 이는 정부가 집값을 계속 부양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라는 평가도 상당하다.

현 상황에서 통화정책으로 가계부채 등 금융시장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단계인지 의문이다. 이미 기준금리와 무관하게 각종 시장금리는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미국과 한국 장단기 국채금리는 불과 한두달 사이에 크게 하락했다. 주담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지표인 은행채와 코픽스(신잔액 기준)도 기준금리(3.50%)를 밑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가계부채는 (통화정책보다)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최근 한은 통화정책 결정문을 보면 당면한 타깃이 물가인지 금융안정인지, 아니면 성장인지 모호하다. 지난달 통화정책 결정문도 세가지 다 유의하면서 정책을 운용하겠다고 했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균형적인 경제성장이다. 내수와 수출이 균형있게 가야 한다. 이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건강한 국민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5월 기준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0.2%p, 0.7%p 하락했다. 반대로 실업률은 같은 기간 0.9%p 상승했다. 일자리는 대표적 경기후행지수다. 그 사이 또 얼마나 악화됐는지 모른다.

지난주부터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결정타는 미국 고용시장 악화다. 고용시장 악화에 미 연준과 주식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정부도 중앙은행도 일자리 지표에 둔감하다. 결단은 모든 데이터가 완벽해야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미국만 보고 있을 수도 없다.

한은은 이미 2021년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올렸고, 그 전에도 미국에 앞서 금리를 내린 적이 있다.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 이미 늦었는지 모른다. 한국은행도 통화정책 파급효과는 그만큼 더디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나.

백만호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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