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교통영향평가 유명무실?
사업 승인조건 이행 않는데
입주자 민원 핑계 변경심의
대구시의 교통영향평가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승인 당시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는데 준공 직전 입주민 민원 등을 핑계로 변경 심의 등을 통해 결과적으로 사업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입주예정자들이 집단민원을 냈던 수성구 두산동 호반써밋수성아파트에 대한 교통영향평가 변경심의를 상정해 ‘조건부’ 가결했다.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사업 시행자가 교통영향평가 승인조건에 따라 주변 도로를 확장하고 인도를 설치해야 하지만 입주가 임박했는데도 조건이행을 완료하지 않아 준공승인이 어렵다며 대구시에 대책을 촉구했다.
대구시는 다른 사업장과 형평성 문제나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업자에게 기존 조건을 이행해야 준공 승인을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입주일이 임박해지자 변경심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초 의결사항 이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입주민 불편과 권리행사가 어려운 점을 고려한다는 이유였다.
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는 지난달 11일 변경심의 안건을 상정하고 수정의결하면서 도로를 확장하는 비용을 납부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결국 사업자는 사업승인 당시 조건을 이행하지 않고도 아파트를 준공할 수 있게 됐다. 위원회는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사업장 외부의 도로 확장 등 교통환경개선 내용에 대해서는 사업 인·허가나 착공 전에 교통영향평가 이행가능성 여부를 확인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대구시에 촉구했다.
이번뿐 아니다. 그간 대구시에서 교통영향평가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사례가 허다했다. 사업자측이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없다는 점을 예상하면서도 사업승인을 목적으로 무리한 조건을 수용하고 준공시점에 ‘나 몰라라’하는 식이다.
호반써밋수성과 인접한 SK리더스뷰는 지난 2006년 인근 황금네거리에 지하차도를 건설해 대구시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사업 승인을 받았다. 상가 주민들의 반발이 우려돼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상대로 지하차도 건설은 무산되고 황금네거리에서 멀리 떨어진 무학산터널 개통이 대체사업으로 추진됐다.
같은 지역 대우트럼프월드수성은 두산오거리에 고가도로를 건설해 기부채납해야 했지만 인근 주민들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2005년 엉뚱한 신천좌안도로 공사로 바뀌었다. 사업비가 부족해 대구시 예산을 추가 투입하기도 했다. 동대구환승센터도 철도부지를 점유해 진출입로를 확보한다고 사업자가 내건 조건을 수용해 승인했지만 막판에 코레일측이 협의된 바 없다고 밝혀 지하차도로 변경되기도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입주민들 피해가 우려돼 무한정 사용승인을 불허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특별한 규정을 만들어서라도 사업중지 명령을 발동하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