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시간 주차 중 폭발한 전기차 합동감식
국과수, 위험성 고려 차량 배터리팩 분리 미뤄
인천 아파트 전기자동차 화재의 발화점으로 지목된 차량은 3일 가까이 주차돼있다 폭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차주인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7시 16분쯤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지난 1일 오전 6시 15분쯤 해당 차량에서 불이 난 것을 고려할 때 주차한 지 59시간 뒤에 갑자기 화재가 발생한 셈이다. 경찰이 현장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A씨가 주차를 한 이후 차량에 외부적인 충격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지난달 29일 주차를 하고 차량을 운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전기차는 A씨 본인 명의의 차량으로, 전기차 충전소가 아닌 일반 주차구역에 주차돼 있었다. 화재 당시 CCTV 영상에는 지하주차장에 있던 A씨 차량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당초 오는 8일로 예정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합동 감식 일정을 3일 앞당겨 이날 오전부터 진행했다. 감식에는 국과수와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인천소방본부 화재조사팀 등 관련 기관 관계자 20여명이 투입됐다.
감식팀은 최초 발화점으로 지목된 벤츠 전기차에서 배터리팩 등 주요 부품을 수거하려 했다. 하지만 위험성이 제기돼 분리 작업을 중단했다. 감식팀은 일단 화재 차량을 인천 서부경찰서로 이동·보관 조치한 뒤 일정과 장소를 다시 정해 감식에 필요한 부품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번 화재로 주민 22명과 소방관 1명 등 모두 23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차량 40여대가 불에 타고 100여대는 열손상과 그을림 피해를 봤다.
1581세대 규모 아파트의 전체 세대에는 이날까지 5일째 수돗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또 아파트 5개 동 480여세대에는 전기 공급까지 끊기면서 폭염 속 승강기나 냉방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 서구는 수도·전기 복구 완료 시점을 오는 6~7일로 예상하면서도, 작업 진행 상황에 따라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 서구는 5일 현재 행정복지센터와 학교 체육관 등 7곳에서 대피소를 운영하면서 피해 주민 421명을 수용하고 있다. 또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을 재난안전대책본부와 대피소 등지에서 근무하도록 했으며,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생수·도시락·마스크·구급약 등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이재민을 지원하기 위해 서구 청라동에 있는 하나금융그룹 연수원인 ‘하나글로벌캠퍼스’에 임시 대피소 100호실을 운영한다.
한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화재로 인한 단전·단수가 5일째 이어지며 400여명이 무더위 속에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다며 정부에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촉구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