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바다얼음 녹아 잠 못 든 한반도

2024-08-07 13:00:02 게재

시베리아 부근 대기 상층 변화로 장마 영향 … 해빙 감소로 동아시아에 한파 발생한 적 있어

지구온난화로 빠르게 감소하는 북극 해빙(바다얼음)이 우리나라 장마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월 변화무쌍한 모습에 도깨비 장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상기상 현상을 보인 정체(장마)전선이 활성화한 것은 열대 서태평양의 대류 활동과 북극의 적은 해빙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7일 기상청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4년 7월 기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북극 랍테프해 해빙이 평년보다 빠르게 감소(해빙면적 하위 3위)해 시베리아 부근 상층에서 고기압성 순환이 발달했다. 이 영향으로 시베리아 부근 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성 순환 남쪽인 중국 북부지역과 우리나라 주변으로 유도된 차고 건조한 기압골이 중국 중부지방에서 접근하는 저기압과 우리나라 주변 정체전선 발달을 도왔다.

기상청은 7일 ‘2024년 7월 기후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7월 열대야가 1973년 이래 최고로 많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장면.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통상 해빙이 감소하면 바다가 더 많은 열을 흡수하게 되어 주변 대기를 가열하게 된다. 이로 인해 상층 대기의 기압 패턴이 변화해 시베리아 부근에 고기압성 순환이 발달한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대기 상층(지상에서 5km 이상) 바람 세기가 점점 느려지면서 여러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다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피드백 루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기후예측과 대응 전략 수립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다. <내일신문 7월 22일 환경면 ‘널뛰는 장마, 결국 바람 흐름을 잡아야 산다’ 참조>

◆지난달 역대 10위 강수량, 열대야 최다 = 1979년 이후 7월 북극 랍테프해 해빙면적이 제일 적었던 해는 2020년이다. 2위는 2021년이다. 통상 북극 해빙은 3월에 최대치를 이루다가 9월(북반구의 여름 녹는 계절이 끝나는 때)에 최소가 된다. 남극은 이와 반대다. 남극 주변 바람과 해류는 대륙을 전세계 기상 패턴에서 고립시켜 차갑게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반면 북극해는 주변 기후시스템과 긴밀하게 연결돼 기후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북극과 남극 해빙을 모두 관찰하지만 과학자들이 북극 해빙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6일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분석 내용을 올 장마 특성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물론 최종 장마 분석 결과는 추후 따로 발표할 계획이지만 전반적인 경향성을 보기에는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더위는 열대야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7월 전국 평균 열대야일수는 올해가 8.8일로 1973년 이래 제일 많았다. 강릉 포항 등 일부 지역에서는 7월 한달 절반 기간 동안 열대야가 발생했다. 평년 열대야일수는 2.8일이다. 평년은 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 상태다.

7월 전국 강수량은 383.6mm로 평년(245.9~308.2mm)보다 많았다. 역대 10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역대 순위는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시기인 1973년부터 2024년까지 52년 중의 순위다.

◆“올 겨울 한파 영향 평가 예단은 금물” = 북극 해빙 면적은 한파와도 연관이 깊다. 아직 올겨울 상황을 벌써부터 얘기하기는 이르다. 앞으로 라니냐 등 변화무쌍한 대기 상황이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지 예단하는 건 금물이다.

하지만 북극 해빙 감소가 동아시아지역에 잦은 한파와 폭설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기후모델 분석 등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북극 해빙 감소가 북극 상공에 존재하는 거대 소용돌이(Polar Vortex) 강도를 약화시키고 이에 따라 극 소용돌이 안에 갇혀 있던 북극의 냉기가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바다얼음이 녹으면 해빙에 덮여 있던 바닷물에서 열과 수증기(지표면 열속)가 방출된다. 바닷물과 닿아 있는 공기층은 0℃에 가깝고 상공 공기는 영하 20℃(심할 때는 영하 30~40℃) 정도가 된다.

이런 공기 온도차와 지구 자전 현상이 대기 파동을 일으킨다. 이 파동을 통해 앞서 얘기한 지표면 열속이 성층권으로 전달되면서 극 소용돌이를 약하게 만든다. 이렇게 되면 북쪽 냉기가 평소보다 많이 내려와 지표 온도를 냉각시키고 이상한파가 발생한다.

6일 기상청 관계자는 “겨울 한파와 연관해 설명하기도 하지만 북극 진동은 특정 지역의 변화가 적은 해수면 온도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북반구 전체 대기자료를 가지고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북반구 어느 한곳이라도 며칠만 지나더라도 고기압이 저기압으로 변하는 등 대기는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현재 상태로 예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북극진동은 ‘북극에 있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수십일 또는 수십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설명

■해빙 = 얼어붙은 바닷물이다. 바다에서 형성되고 자라며 완전히 녹는다. 해빙은 대부분 일년 내내 일반적으로 눈으로 덮여 있다. 해빙은 빙산이나 빙하 빙붕과는 다르다. 빙산 빙하 빙붕은 바다에 떠있지만 육지에서 유래하는 특성이 있다.

해빙은 극지방은 물론 지구기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해빙이 다른 많은 지구 표면, 특히 주변 바다에 비해 훨씬 더 밝은 표면을 가진 특성 때문이다.

어두운 바다는 태양 에너지의 6%만 반사하고 나머지는 흡수한다. 반면 해빙은 유입 에너지의 50~70%를 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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