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에는 금메달 들고 올게요”
허미미 ‘허 석 열사’ 참배
독립투사에 은·동메달 헌정
“태극마크 달고 올림픽 메달을 따겠다는 꿈을 이뤘지만 시상대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4년 뒤에는 반드시 금메달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유도 57kg 은메달과 혼성단체 동메달을 획득한 허미미(21·경북체육회) 선수가 6일 귀국해 첫 일정으로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집실마을을 찾았다. 허 선수는 5대 할아버지(현조부) 허 석(1857~1920) 의사 기적비(杞跡碑)를 참배하고 은메달과 동메달을 헌정했다.
이날 참배에는 김점두 경상북도체육회회장, 김진열 군위군수, 최규종 군위군의의회 의장, 장상열 경북도 호국보훈재단 사무총장 등 30여명이 함께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추모 화환을 보내 허 석 의사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허 석 의사는 일제강점기에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렀고 1982년 대통령표창,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된 독립운동가다. 허미미 선수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허 선수의 조모는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허 선수는 그 뜻을 따라 2021년 같은 재일교포 유도선수 김지수와 함께 경북체육회에 입단했고 2023년 12월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선수등록 과정에서 할아버지 허무부씨가 허 석 의사의 증손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정훈 경북체육회 감독이 선수등록을 위해 허 선수 본적지에 방문했다가 군위군 관계자에게 “허 석 의사 후손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북도 국가보훈처 주일대사관 면사무소 등을 찾아다니며 가족관계를 조사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허미미 선수가 선대의 용기와 투지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다”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인 만큼 경북도가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에서 더욱 선전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