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차이나리스크’ 바로읽기
‘차이나 리스크’ 경보는 지난 30여년 간 수없이 울렸다. 본래는 과도한 중국 의존의 위험을 경고하는 경제용어지만, 점차 외교안보 차원의 위험성까지 망라하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그 실체에 대한 인식은 극명하게 나뉘고 과장되기 십상이다.
차이나 리스크는 세가지 의미를 함축한다. 첫째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중국식 발전모델의 경로가 불확실하다는 것이고, 둘째 너무 빠른 경제발전이 경착륙으로 이어져 주변국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까 불안하다는 것이며, 셋째는 정치적으로 강대국이 된 중국의 근육자랑과 기존 질서를 바꾸려는 행보가 위험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처럼 복합적인 ‘차이나 리스크’ 담론은 부동산 붕괴론, 지방 채무폭탄론 등과 함께 중진국 함정, ‘피크 차이나(Peak China)’로 논란의 폭을 넓혔고, 안보 면에서는 ‘투키디데스 함정’, 문명충돌론, ‘샤프 파워(sharp-power)’, 전랑(戰狼)외교 등으로 확산되었다. 그 논란의 배경에는 혐중(嫌中)정서에 편승한 매파 정객들의 선동이 자리잡고 있다. 과연 차이나 리스크의 실체는 무엇이며 어떤 편견과 착시가 숨어 있을까?
수정주의인가? 해륙국가인가?
차이나 안보 리스크의 실체는 중국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역행해 현상변경을 추구한다는 불신이 그 핵심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과거 정의롭거나 공정하지 않은 과정을 거쳐 선진국이 된 서방국가들이 후발 국가의 발전 권리를 제한하는 부당한 간섭을 한다고 비판한다.
논란의 본질은 중국과 서방 간 전략이익의 충돌에 있다. 중국은 이제 대륙국가에서 해륙(海陸)국가로 정체성이 바뀌었다. 일대일로(BRI)와 ‘반접근 지역거부’(A2AD) 전략이 그 증거다. 중국의 해양세력화 추구는 미국과의 패권경쟁을 불렀고 공급망 분절과 신냉전을 촉발했다.
차이나 경제 리스크는 대략 10년 주기로 반복 표출됐다. 데이비드 샴보 교수는 2015년 ‘다가오는 중국의 붕괴(The Coming Chinese Crackup)’라는 글에서 ‘중진국 함정’이란 개념으로 중국공산당 통치의 몰락을 예언했다. 하이라이트는 ‘피크 차이나’론이다. 마이클 베클리는 2022년 ‘위험 구간(Danger Zone)’ 저서에서 인구재앙, 자원고갈, 서방의 견제에 직면한 중국을 ‘정점에 이른 강대국’에 비유하고 공동저자 할 브랜즈는 중국의 군사적 모험을 경고하면서 2027년 대만해협 무력충돌론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피크 차이나는 착각(delusion)이라는 반론도 강하다. 중국은 속도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수출국, 최대 채권국, 두번째 인구대국, 배터리 전기차 등 신흥산업 혁신의 중심지, 해외 인프라 투자능력 최대 국가이며 거의 모든 초국가적 과제에 관여할 능력을 가진 글로벌 강국으로 남을 거라는 얘기다.
쇠락의 두려움 때문에 대만에 군사적 모험을 감행한다는 가설도 무리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대만에서는 중국이 진짜 쳐들어오는 드라마 ‘제로 데이(零日攻擊)’ 예고편에 전역이 들썩였다. 그러나 대만해협에서 미중 간 ‘지지 않기’ 게임은 결국 현상유지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적어도 대만 독립과 미군 주둔이 아닌 한 중국의 전면적인 무력침공은 없을 것이다.
차이나 리스크의 논거는 체제의 경직화 가중, 불균형 발전모델의 한계성, 인구감소의 구조적 문제, 당 우위 정책의 창의성 약화 등이 꼽힌다. 그러나 중국의 위기관리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들은 당-국가체제(party state system)의 특성상 ‘민주화 없는 제도화’를 통한 거버넌스 혁신의 길을 선택했고, 리스크가 표출될수록 체제와 리더십을 강화해 상황을 돌파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오히려 미국의 압박이 중국에게 경제 구조조정과 과학기술의 독자 생태계 구축을 촉진하는 자극제가 되었다는 평가다. 경제 붕괴 리스크를 우려할 것이 아니라 독자 생태계로 무장한 ‘레드 테크(Red Tech)의 역습’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익균형 차원에서 맞춤식 대응 필요
그런 점에서 우리는 중국발 안보 경제 리스크의 원인과 실체에 대해 질시가 아닌 직시의 눈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리스크 때문에 멀리하고 눈앞의 이익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모름지기 외교정책은 이익의 균형에서 출발하는 것이 상식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차이나 리스크를 이유로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는다. 이탈리아 총리도 다시 중국을 찾았다. 차이나 리스크에 유연하고 실질적인 ‘디리스킹’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광운대 초빙교수
전 중국 심양주재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