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에 ‘알레르기 반응’ 보이는 용산…곤혹스러운 한 대표
민주당 8일 ‘채 상병 특검법’ 세 번째 발의
대통령실·친윤 “특검=탄핵, 무조건 안 돼”
한, ‘제3자 특검법’ 꺼내지도 못하고 난감
더불어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세 번째 발의하면서 여권을 압박하고 나섰지만, 국민의힘이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검법이란 단어만 나와도 대통령실과 친윤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거세게 반대하는 탓에 한동훈 대표가 자신이 구상했던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이하 ‘제3자 특검법’)을 꺼내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8일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두 차례 무산된 ‘채 상병 특검법’을 세 번째 발의했다.
이번 특검법에는 기존 법안이 정한 수사범위에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을 추가했다. 김건희 여사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이다. 김 여사를 겨냥한 수사범위 확대로 읽힌다.
민주당은 여론 지지가 높은 ‘채 상병 특검법’을 세 번째 발의하면서 여권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특히 7.23 전당대회에서 ‘제3자 특검법’을 공약했던 한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7일 “공약을 지키는 척 체면치레라도 하고 싶다면 오늘 당장 ‘한동훈표 채 해병 특검법’을 발의하거나 채 해병 특검법을 선거용으로 활용한 국민 우롱과 공약 불이행의 부도덕에 대해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특검법 공세’에 맞대응하는 대신 당내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및 옥새 탄핵 공작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켜 특검법 김빼기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임 전 사단장의 구명로비 의혹이 불거지고 언론에 보도되는 과정에 야권 인사들이 개입했다고 본다. 야권 인사들이 구명로비 의혹을 조작해 ‘사기탄핵 공작’을 벌였다는 것. 민주당이 세 번째 발의한 특검법에 구명로비 의혹을 추가한 것을 겨냥한 포석으로 읽힌다.
태스크포스 위원장을 맡은 장동혁 최고위원은 7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나와 “문제가 있는 것(구명로비 의혹)을 포함시켜서 다시 특검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하니까 그게 사실이라면 저는 그 특검법은 명분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특검법 추진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특검법 공세를 반대하거나 김빼기에 나설 뿐 대안을 통한 국면 전환은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한 대표가 이미 야당 특검법의 대안으로 ‘제3자 특검법’을 제시했지만, 대통령실과 친윤이 “어떤 내용의 특검법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물밑으로 압박하면서 당내 논의를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친한 의원은 8일 “한 대표는 ‘제3자 특검법’에 대한 의지가 여전하지만, (대통령실과 친윤이 특검법에 대해) 워낙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어 (당내) 논의를 해보자는 말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대표는 ‘제3자 특검법’을 당내에서 논의할 의지가 분명하지만 대통령실과 친윤이 논의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야당의 특검법 압박을 한 대표가 언제까지 모르쇠로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검법은 여론 찬성이 높다는 점에서 평소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온 한 대표로서는 마냥 버틸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 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해 대통령실과 친윤을 ‘제3자 특검법’에 대한 논의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통령실과 친윤도 ‘제3자 특검법’ 논의 자체를 무작정 막기는 어렵다는 걸 인정하는 눈치다. 다만 대통령실과 친윤은 ‘제3자 특검법’을 논의할 수 있지만, 한 대표가 논의 결과를 ‘제3자 특검법’ 폐기의 명분으로 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한 대표가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아 ‘제3자 특검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