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1호 데이터센터 좌초되나
2021년 3천억 투자협약
협약 이후 부지계약 안돼
민간자본 3000억원을 유치해 올해 말까지 전남 순천에 짓기로 했던 ‘전남 1호 공공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건립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투자협약 이후 4년이 지나도록 부지 매입 계약이 안 된데다 국정원이 최근 보안상 문제로 공공기관 정보시스템을 민간 데이터센터로 이전해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보완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서다. 데이터센터 보안을 다루는 국정원 결정에 따라 민간 데이터센터를 활용한 공공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건립계획이 전면 재검토될 상황이다.
8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전남도와 순천시, NHN엔터프라이즈(주)는 지난달 ‘공공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건립계획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선 계속 지연된 데이터센터 부지 매입 계약과 국정원이 검토 중인 공공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보안 대책 등이 주로 다뤄졌다. 앞서 전남도와 순천시, NHN은 2021년 3월 순천에 3000억원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짓는 투자협약을 맺었다.
순천시는 협약 당시 데이터센터 부지로 순천만 정원박람회장 인근을 제시했다. 하지만 문화시설 용지인 이 부지에 데이터센터(방송통신시설)를 지으면 용도변경으로 인한 환매권 문제가 발생해 무산됐다. 이후 순천시는 대체부지로 17곳을 알선했지만 NHN은 현장실사를 통해 부적격 결정을 내렸다. 고심을 거듭한 순천시는 지난해 도시첨단산업단지(야흥동 일원)를 소개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조성 중인 이 부지는 오는 10월에 완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유치한 순천시가 산업단지 기반공사에 필요한 흙 30만㎥ 공급을 지연하면서 완공 시기가 내년 12월로 연기됐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올해 말 완공이 무산됐다. 순천시 관계자는 “산단 준공 이전이라도 땅을 매입해 공사를 하라고 NHN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NHN이 부지 매입을 미룬 이유에는 국정원 보완 대책 마련도 영향을 미쳤다.
공공 정보시스템을 민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로 이전해 활용하면 장비 구축에 따른 예산 낭비를 줄이고 시스템 관리도 훨씬 쉬어진다. 이런 효과에 행정안전부는 지난 2022년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활용모델 지자체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국정원은 이 같은 운영방식이 보안에 취약할 수 있다며 보완대책을 마련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민간 데이터센터 활용 계획이 전면 수정될 상황이다.
현재 전남도와 22개 시·군은 행안부 시범사업 선정에 따라 순천 NHN 데이터센터가 완공되기 전까지 결재 및 누리집 등 158개 정보시스템을 경기도 판교에 있는 NHN데이터센터로 옮기고 전환 비용과 이용료 등을 지불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국정원 정책이 바뀌면 수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NHN 투자는 전남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