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틈바구니, 자리 못 잡는 진보정당
‘1%’ 진보당, 민주당과 차별화 과제
정의당 ‘조촐한’ 창당 기념식 개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 거대양당의 강도 높은 대립구도에 진보정당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22대 총선에서 원외로 밀려난 정의당은 조촐한 창립기념식을 가졌고 진보당은 1%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1일 정의당은 최근 이주한 구로 당사 대회의실에서 창당 12주년 기념식을 갖고 ‘새로운 출발’을 외쳤다. 이 자리에는 정의당의 상징이었던 심상정 전 대표나 이정미 전 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직 국회의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일부는 탈당했고 일부는 탈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우 전 비대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어려운 상황에서 바통을 넘긴 데 대한 미안함을 표했다.
권영국 대표는 “정의당에서 유일한 원외 정당 대표”라며 “예전 창당 기념식사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던데 창당이후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가 있었을까.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 불평등 소수자 노동이 정쟁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국회 밖으로 밀려났지만 역할과 필요성이 절실해졌다”고 했다. 그러고는 “우리는 사라질 수 없다”며 ‘당원들의 믿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권 대표와 같이 정의당을 끌고 갈 ‘제8기 전국위원, 당대회 대의원 선출’부터 녹록지 않았다. 후보등록 기간을 연장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여전히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 30억원이 넘는 당 부채 탕감을 위한 특별당비 모금에 들어갔다.
심상정 전 대표, 김준우 전 비대위원장, 장혜영 강은미 이은주 전 의원, 양경규 김윤기씨 등이 1000만원 이상을 내 현재까지 3억원 정도를 모았다. 갈길이 멀다. 임대료가 싼 지역으로 당사를 옮기고 당직자를 1/41 수준으로 줄였지만 여전히 20억원대의 부채가 남아있다. 원외정당으로 국고보조금도 없다. 당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팎으로 ‘위기’ 속에 남아있는 셈이다.
21대 보궐을 통해 원내에 들어온 진보당은 22대 총선에서 민주당 주도의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해 3석을 확보했다. 정의당이 빈 자리를 차지하며 ‘진보정당’의 명맥을 잇겠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았다. 전남 영광 재보궐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을 밀어내고 민주당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대목은 호남지역에서의 경쟁력을 일부 확인한 대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진보당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1% 수준이다. 과거 정의당이 4%수준을 유지해왔던 것에 비하면 지지세력이 강화된 것으로 평가하긴 아직 일러 보인다. 지난 15~17일 한국갤럽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전국 만 18세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진보당과 기본소득당이 각각 1%의 지지율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조국혁신당은 8%, 개혁신당은 3%였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직 국회의원인 진보진영 모 인사는 “정의당의 경우 원외정당이라는 취약한 상황에서 안팎으로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가고 있다”면서 “진보당 역시 민주당과의 차별화, 통진당이라는 주홍글씨 극복 등 과제가 많다”고 했다. “거대양당 구도에서, 특히 민주당이 절대적 의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는 진보정당이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과거 정의당 역시 민주당이 다소 약해지면서 정의당과 공조가 필요할 경우에만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현재는 조국혁신당이든 진보당이든 민주당 2중대 이상의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호남에서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불신이나 불만이 있더라도 결국 윤석열정권 심판을 위해 민주당을 지지했듯 소수정당이 설 자리가 많지 않다”며 “진보당의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