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보다 넓은 사격훈련장 추가하라고?
국방부 요구에 지자체 황당
대구 군부대 이전사업 논란
군부대이전사업을 추진해온 대구시와 국방부가 최근 대구경북 5개 유치희망 지방자치단체에 군부대 이전부지 면적보다 넓은 공용화기 사격훈련장 부지를 제출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지역 대다수 지자체는 주민들의 집민 민원이 예상된다며 난색을 표명한다.
8일 대구시의 군부대 이전사업 유치에 나선 대구시 군위군, 경북도 영천시 상주시 칠곡군 의성군 등 5개 지자체에 따르면 대구시와 국방부는 지난달 15일 유치전에 뛰어든 5개 지자체에 854만㎡(259만평) 규모의 군부대 이전 후보지와는 별도로 공용화기 사격장 후보지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5개 지자체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후보지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자체가 제출한 공용화기 사격장 후보지 규모는 대부분 1000만㎡(300만평이상)으로 전해졌다.
지자체들은 지방소멸위기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군부대 이전 유치에 나섰는데 당초 계획에 없던 공용화기 사격장 후보지까지 요구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발한다. 최악의 경우 사업유치 자체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일부 지자체는 국방부와 대구시가 군부대 이전을 계기로 숙원사업을 일거에 해결하려는 꼼수를 부린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실제 칠곡군 대구 군부대 유치추진위원회는 대구시와 국방부를 비판하며 ‘급작스러운 계획 변경에 따른 공식적인 사과와 진행 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송필각 위원장은 “공용화기 사격장과 같은 중대한 문제는 사업 초기에 공지해야 지자체와 주민들이 정확하게 판단하고 유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도 “군부대 유치에 있어 군민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인구 증가 등의 편익은 물론 공용화기 사격장과 같은 비용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등 군부대 유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천시 관계자도 “국방부가 지난 7월 사격장 후보지를 제출해달라는 이메일 요청을 받고 330만평에 달하는 사격훈련장 후보지를 공문으로 제출하면서 주민수용성 확보를 위한 주민설명회 개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상주시와 의성군도 같은 입장이다. 사격 훈련장 설치 계획이 공개되면 주민들이 반발할 수 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군부대 유치 사업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대구시는 2022년부터 제2작전사령부, 제50사단 등 대구 도심소재 4개 군부대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밀리터리 타운’의 건설을 추진하며 유치희망 지자체로부터 의향서를 접수한 바 있다.
국방부는 오는 9월 임무 수행 가능성과 정주 환경을 평가해 예비 후보지를 선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구시는 수용성과 사업성을 평가해 올 연말까지 최종 후보지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