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금투세 폐지, 국민 대다수 찬성”에 참여연대 “국민여론 찬성 30%, 반대 46%”
“공정과세 아냐” 60%대, “부자감세” 50%대
매월 정부 조세 국민체감도 조사 자료 제시
금융투자세 폐지를 주장하면서 국민 대다수가 찬성한다고 주장한 대통령실의 입장에 참여연대가 여론조사를 토대로 반박에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여당 대표,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의 금투세 폐지, 연기, 완화 움직임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8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지난 2일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 국민여론조사에서 윤석열정부의 금투세 폐지 방안에 반대하는 응답은 46%로 절반에 가까웠다”며 “5월말 여론조사에서는 주식투자소득에 과세하지 않는 정책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7%로 과반을 넘기도 했다”고 했다.
이는 대통령실이 전날 금투세 폐지와 관련해 “국민 대다수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는 상황에서 제도 시행 여부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7월 29일~31일까지 3일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ARS 자동응답조사 방식)를 보면 금융투자세 폐지에 대해 30%만 찬성했다. 반면 29%는 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46%가 반대 입장을 보였다. 24%는 ‘보통’이었다.
연령과 성별로 보면 20대 남성(찬성 40%, 반대 40%)과 40대 남성(찬성 43%, 반대 41%)은 찬성과 반대 입장이 팽팽하게 나온데 반해 20대 여성(찬성 18%, 반대 64%)과 40대 여성(찬성 25%, 반대 56%)은 반대가 크게 높았다.
이념성향별로 보수층(찬성 39%, 반대 33%)은 찬성이 다소 높은 반면 진보층(찬성 21%, 반대 62%)뿐만 아니라 중도층(찬성 30%, 반대 46%)에서는 반대가 높게 나왔다.
현 정부의 조세정책에 대해 부자감세, 불공정과세라는 의견도 절반이 넘었다.
지난 3월부터 매월 이뤄진 조사를 보면 ‘경제력이 높은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공정과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60% 안팎에 달했고 ‘부자감세’라는 지적에 공감한다는 응답도 절반이 넘었다.
참여연대는 또 대통령실이 “주가 하락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이 강행될 경우 대부분이 중산층인 1400만 일반 국민 투자자가 피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금투세를 ‘일반’, ‘개미’ 투자자와 연결시키는 것은 더욱 악의적”이라며 “2022년 기준 전체 주식투자자의 1% 가량에게 부과될 것으로 추산될 만큼 금투세 대상은 고자산가에 한정돼 있다”고 했다.
한동훈 여당 대표가 인용한 대만 사례에 대해서도 “1989년, 대만에 금융실명제조차 도입되지 않았던 때의 이야기”라며 “2년 6개월 만에 주가가 10배 넘게 치솟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3개월 뒤에 전격 시행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교는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또 “공제한도를 5000만 원으로 규정해 조세저항이 우려된다고 한 이재명 후보의 말 역시 심각한 문제”라며 “수익률을 10%로 가정하더라도 5000만 원이 넘는 소득을 거두려면 5억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장은 “금투세를 둘러싼 유예·폐지·완화 논란은 수조 원의 세수 감소를 불러오고 주식시장의 혼란만을 가중할 뿐”이라며 “양치기 소년처럼 도입과 유예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조세정책에 대한 신뢰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정부여당과 민주당은 금투세에 대한 불안감과 잘못된 인식을 조성하지 말고, 예정대로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줄다리기를 멈추라”고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