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손잡은 여야, 거부권·특검은 ‘지뢰밭’
민주 “여야정 협의체에 대통령 참여해야”
원내수석 회동 … 전세사기법 등 ‘공감대’
입법독주와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꼬꼬무’ 정국의 돌파구가 열릴까. 싸늘한 민심에 놀란 여야가 민생법안 처리를 논의하기로 하면서 오래간만의 화해무드가 정치권을 감싸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채 상병·김건희 여사 등 각종 특검이 암초처럼 도사리고 있어 마냥 기대하기는 이르다.
8일 오전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회동을 열고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논의한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이) 여야정 협의체를 정말 진정성 있게 하겠다라는 의지가 있다고 하면 안을 만들어 오라(고 했다)”면서 “(안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여야정 협의체 필요성을 이야기한 만큼 잘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싸늘하던 여야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전날 여야 원내대표들이 보낸 화해의 손짓 덕분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와 국회간 상시적 정책협의 기구를 설치하자”고 제안했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여야정 협의체 설치를 위한 실무협상을 하자”고 화답했다. 22대 국회 시작 후 두달이 넘도록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법안이 0건일 정도로 ‘무노동’ 국회에 대한 여론 비판이 높아지자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상견례차 만난 양당 정책위의장들이 전세사기특별법, 간호사법에 대해 어느 정도 이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국회에서 사실상 본회의 통과만 남겨뒀던 구하라법 등도 이달 내 통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서성교 건국대 특임 교수는 “22대 국회가 극단적 대결 구도로 가면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화와 협치로 풀어가기 위해선 여야정 협의체 등의 프로세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최근 국회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관건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지뢰밭을 어떻게 지혜롭게 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 민주당이 발의할 것으로 알려진 채 상병 특검법이 첫번째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채 상병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두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자 여권 내에선 ‘탄핵 사다리’로 취급되는 법안이다. 특히 민주당이 세번째로 발의하는 법안에선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등으로까지 수사 범위를 더 확대할 것으로 알려져 여야간 화해 무드하고는 배치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또다른 걸림돌이다. 지난 달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킨 방송4법과 노란봉투법, 25만원지원법 등에 대해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고된 바 있다. 거부권 행사가 현실화될 경우 여야가 대치 국면으로 다시 돌아갈 것은 불보듯 뻔하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복원의 전제조건으로 대통령의 진정성을 들면서 여야정 협의체에 대통령이 직접 참여할 것을 콕 집어 요청하기도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은 입법독주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고, 국민의힘은 하는 일이 뭐 있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싸늘한 민심의 소나기를 피해가기 위해 여야가 일시적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민생법안 한두개를 통과시키는 것 정도는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정말 야당과 함께 협조하며 국정을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인 상황에서 얼마나 지속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형선·이명환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