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미 대선, 이번엔 해킹 논란
트럼프 캠프 내부 문서 유출
선거 가까울수록 위협 증가
한치 앞을 예측 할 수 없는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이번엔 해킹 논란으로 뜨겁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측 내부 문서가 외부세력에 의해 유출된 정황이 포착됐다. 트럼프 캠프측은 유출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지만 이란은 침묵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 캠프에서 내부 통신 일부가 해킹됐다고 밝혔는데 이는 자신들이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캠프 내부문서를 받은 뒤에 나온 발표라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자신을 ‘로버트’라고 밝힌 익명의 인사가 7월 22일부터 수주간 아메리카온라인(AOL) 이메일 계좌를 통해 트럼프 캠프 고위 관료가 캠프 내부에서 논의한 내용으로 보이는 문건을 폴리티코에 보냈다. 여기에는 트럼프 캠프가 지난 2월 23일 J.D. 밴스 상원의원을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검증하면서 작성한 문건이 포함됐다. 총 271쪽 분량의 문건은 밴스 의원의 경력과 이전 발언 등을 담았는데 밴스 의원이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한 내용을 ‘잠재적 취약성’이라는 제목 아래 정리했다.
또 다른 부통령 후보였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에 대한 조사 자료도 폴리티코에 보냈으며, 자신이 트럼프 의 사법·법정 문건과 캠프 내부 대화 자료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문건을 어떻게 확보했냐는 폴리티코 질문에 “내가 어디서 문건을 구했는지 궁금해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며 “이 질문에 답하면 내가 노출되고 폴리티코도 이 내용을 보도하는 게 법적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는 폴리티코의 질의에 해킹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란의 소행이라고 시사했다. 스티븐 청 캠프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에 적대적인 외국 정보원들”이 불법으로 문건을 확보했다면서 “2024년 선거를 방해하고 우리의 민주적 절차에 혼동을 일으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9일 마이크로소프트 보고서는 이란의 해커들이 2024년 6월 미국 대선 캠페인에 소속된 ‘고위 관료’의 계정에 침투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통령 후보를 결정하던 시기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관련된 해커들이 지난 6월 탈취한 이메일 주소를 이용해 고위급 대선 캠프 관계자를 상대로 피싱을 시도했다고 밝히면서 해킹 대상이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폴리티코는 또 이란 정부 관계자들은 즉각적인 논평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도 11일자 보도를 통해 이번 해킹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더 큰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원 두 명이 당국의 공식 브리핑과 기밀 해제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인 에릭 스왈웰 의원은 국토안보부로부터 브리핑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고, 하원 정보위원회의 전 의장인 애덤 시프 의원은 당국이 선거캠프에서 보고한 해킹의 외국적 성격에 대한 정보를 신속히 기밀 해제할 것을 촉구했다.
WP는 이런 하원의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캠프 측에서도 여러 차례 요청에도 불구하고 코멘트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해킹과 유출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가장 큰 미지수는 대중과 언론이 사소한 정보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정부와 업계 보고서는 러시아와 이란의 선거에 대한 선전이 증가하고 있으며, 정치적 관점을 전달하는 채널이 해킹된 데이터를 퍼뜨리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