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여·야 ‘김경수 복권’ 난타전…숨긴 ‘암수’는 무엇

2024-08-12 13:00:26 게재

대통령실 “통합 차원”…‘야권 분열과 한동훈 견제’ 포석

한동훈 “공감 못할 국민 많아” 윤 대통령과 차별화 무게

이재명 “여러 루트로 복권 요청” 야권 분열 노림수 경계

대통령실과 여야가 뒤엉켜 ‘김경수 복권’을 둘러싼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경남지사 복권을 추진하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대통령실과 여야 모두 겉으로 내놓는 입장과는 180도 다른 ‘정치적 암수’를 숨기고 있기 때문에 이번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발언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김경수가 더 어려운 상대” = 12일 대통령실은 ‘법적 형평성’과 ‘통합’을 김 전 경남지사의 복권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수가 사면·복권된 국정원·사이버사 댓글 사건과의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 김 전 지사 복권이 사회 통합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김 경남지사의 복권을 사실상 굳힌 배경에는 두 가지 노림수가 추정된다.

우선 이재명 전 대표가 독주하고 있는 야권에 “다른 카드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의미다. 이 전 대표와 친명에게 짓눌린 친문과 비명에게 새로운 구심점을 마련해준다는 것. 야권 분열 노림수다. 이 전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대통령실에) 복권을 요청한 바 있다”고 언급하자, 즉시 “그런 제안을 받아본 적 없다”고 곧장 반박한 것도 ‘복권 카드’가 야권 분열을 노린 것이라는 추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반박도 있다. 분열은커녕 야권의 대선 경쟁력을 키워주는 역효과만 우려된다는 것이다. 조해진 전 국민의힘 의원은 “김 전 지사가 복귀하여 친문세력을 결집시키면, 미시적으로는 친명세력과 경쟁구도가 되지만, 거시적으로는 범야권의 외연이 확장되고 정치적 기반이 넓어지고, 전체 야권 전력이 강화된다”고 주장했다.

두번째 노림수로는 ‘한동훈 견제용’이라는 해석이 꼽힌다. 한 대표 주변에서는 2027년 대선에서 ‘한동훈 대 이재명’ 대결을 필승 구도로 본다. 친윤 인사는 11일 “한 대표에게는 사법리스크가 크고 확장성이 약한 이 전 대표보다 김 전 지사가 어려운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층 지지까지 기대 = 한 대표는 측근들을 통해 “반성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정치를 하라고 복권해 주는 것에 공감하지 못할 국민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복권 구상’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 여권에서는 한 대표의 복권 반대에 두 가지 속내가 숨어있다고 본다.

첫째는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다. 한 대표는 국정지지도가 낮은 윤 대통령의 대척점에 서길 원한다. 윤 대통령과 “다르다”는 걸 인정받아야 차기 도전에 유리하다고 본다. ‘김경수 복권’에 반대하는 것을 통해 복권에 떨떠름한 보수층 지지까지 노릴 수 있다. 대통령실과 친윤에서는 “한 대표가 도를 넘고 있다”고 불쾌해한다. 친윤 인사는 12일 “(한 대표가) 대통령과 차별화해서 자신의 몸값만 올리면 된다는 아주 비겁하고 위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번째로는 경쟁력 있는 경쟁자로 꼽히는 김 전 지사를 경계하는 뜻도 엿보인다. 윤 대통령이 ‘한동훈 견제’를 위해 김 전 지사를 염두에 둔 것처럼 한 대표 입장에서는 김 전 지사의 대선 경쟁력을 신경 쓰는 것이다. 친한측에서도 “이재명이 가장 손쉬운 상대”라는 얘기를 한다.

이 전 대표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요청한 바 있다”는 언급을 통해 대통령실이 노리는 야권 분열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당내 통합의 계기로 만들 수 있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다만 김 전 지사가 대선 경쟁자로 부각될 가능성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구심점이 없어 무기력한 상태인 친문과 비명이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뭉치면 이 전 대표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표와 당권 경쟁 중인 김두관 후보는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있고, 복권이 예상되는 김 전 지사도 있다”며 야권 차기경쟁에 김 전 지사를 포함시켰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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