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두산 지배구조 개편 재검토해야

2024-08-13 12:59:58 게재

두산그룹이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라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불공정 합병비율 논란의 중심에 있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비율은 그대로 강행하겠다고 해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증권신고서에는 구구절절 이유를 늘어놨지만 정작 일반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해외에서는 합병 시너지가 있어 보이는 수평적 또는 수직적 합병에 관해서도 상세하게 주주 관점의 ‘시너지’를 기재하며 일반 주주들에게 찬성을 구하는 사례와 다른 모습이다. 두산그룹이 일반주주들의 피해는 고려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사업 시너지 극대화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앞세워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편입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반인들은 이해조차 힘든 인적분할, 합병, 포괄적 주식 교환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이 안은 일반주주들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한다는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강제로 상장폐지 당하는 두산밥캣 주주들과 캐시카우를 빼앗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기 때문이다. 반면 두산밥캣에 대한 두산의 간접지분은 13.8%에서 42%로 올라간다. 두산그룹 오너 일가의 이익, 지배력 강화용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에 시장에서는 “자본시장법을 최대로 악용한 약탈적 자본거래” “오너 일가는 돈 한푼 안들이고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는 알짜 기업 두산밥캣의 지배력을 높였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치권에서는 투자자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합병가액을 정하며, 기업이 그 가액이 공정하다는 입증 책임을 지는 ‘두산밥캣 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은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시장 반응은 더욱 차가워졌다.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이어지며 이들의 단체행동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정정 증권신고서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몇번이고 정정요구를 하겠다”며 철저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일반주주 입장에서는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직접 매각하는 방식이 더 유리할 수 있다. 두산그룹 이사회가 왜 이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또 법규상 허용되는 할인과 할증을 적용해 합병비율을 바꿀 수도 있는데 이는 왜 검토하지 않았을까?

두산그룹은 지금이라도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고 회사와 일반주주 이익을 위한 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당국도 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합병검사인 제도, 합병유지청구권 등을 도입하고 이사의 책임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영숙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