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강행·거부권, 입법강행·탄핵 …‘무성과 쳇바퀴 정치’ 반복

2024-08-13 13:00:09 게재

(윤석열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윤 대통령, 민주당 거부할 인사 ‘이진숙-김문수-김용현’ 거푸 지명

민주당, 거부권 알면서 입법강행 … ‘누가 먼저 포기하나’ 치킨게임

탄핵으로 임명권 무력화 시도 … 70여일간 실행 입법은 ‘0건’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방송4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입틀막’을 주도한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을 신임 국방부장관에 지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입법강행한 법안을 막아서면서 민주당 등 야당이 반대할 게 뻔한 인사를 지명한 셈이다. 민주당이 입법강행으로 공격하면 윤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맞서고 윤 대통령이 부적격 인사를 지명하고 임명 강행에 나서면 민주당은 탄핵으로 임명권을 무력화시켰다. 이 사이에 실행되는 입법은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한 지 70여일이 지났지만 단 한건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성과 없이 힘겨루기에만 몰두하는 쳇바퀴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강해지고 있다.

‘방송4법’ 거부권 재가 규탄 회견하는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 같은 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방송4법’ 거부권 재가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법안만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면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야 7당이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거부하는 것은 민심에 대한 거부”라고 했다.

이어 연이은 거부권 행사에 “이 정도면 거부권 중독 아닌가”라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민심을 짓밟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국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을 경고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방송 4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데 이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 주도로 만든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조만간 실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19개째로 늘어났고 곧 20개를 넘어설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언제까지 거부권을 남용할 것인지 보자”며 “우리는 계속 입법발의를 해 나가겠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승만 정권 이후 최대 거부 기록이자 민주화 이후 최다 거부 기록”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누가 먼저 무너지는지 ‘치킨게임’을 해보자는 전략으로 읽힌다. 강경하게 나오는 윤 대통령에게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강력 지지층들의 요구가 반영된 행보로 보인다. “윤 대통령에 대한 거부권 남발도 문제지만 민주당의 입법강행 남발도 문제”라는 지적은 수용되지 않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인사독주도 강해지는 분위기다. 인사청문회는 이미 ‘하루만 버티면 되는’ 요식행위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다. 민주당은 김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경우 3일에 걸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지만 후보자는 자료제출과 답변 거부로 버텨냈고 윤 대통령은 청문경과보고서 미채택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했다. 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기간을 채 하루도 주지 않는 ‘형식적인 청문회 절차’라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 등 야당이 지명 자체를 거부하는 김 후보자에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후보자,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사실상 민주당 등 야당의 평가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전날 논평을 통해 김용현 후보자 지명을 두고 “국회의원과 카이스트 졸업생을 ‘입틀막’하면서까지 대통령의 심기 보좌에 힘썼던 경호처장”,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의 배후로 지명되고 수사자료 회수가 이뤄지는 동안 이종섭 전 장관과 수차례 연락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장본인”이라며 “인사만행”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김 후보자 지명을 거부한다”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요식절차로 여기는 대통령의 오만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정권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는 김용현 경호처장의 부적격성을 국민 눈높이에서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번주 ‘검사 탄핵 시리즈’ 4편 중 첫 번째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부터 판사, 장관, 검사에 대한 탄핵을 진행해왔고 이들의 권한을 정지시켜놓기도 했다. 현재는 검사 2명과 방통위원장이 탄핵 절차를 밟고 있고 4명의 검사에 대해서는 탄핵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제기한 3명의 탄핵소추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기각하면서 ‘탄핵소추 남용’ 논란이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민주당은 ‘탄핵열차’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탄핵은 법적으로 입법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거대야당의 힘겨루기로 민생은 여전히 뒤로 밀려있다. 22대 국회가 지난 5월 30일에 임기가 시작했지만 70일 이상이 지나도록 실제 실행된 법안은 단 하나도 없다. 22대 국회는 법안소위를 한 달에 3번 열어야 하는 국회법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새로운미래는 “이럴 바엔 차라리 국회를 해산하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며 “국민의 삶을 살피지 않는다면 국회는 이미 그 존재가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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