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수박 이어 ‘명팔이’ 등장한 전당대회
정봉주 “호가호위 뽑아내야”
경선 특정인 배제 멸칭 반복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명팔이’가 등장했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누적득표율 2위(15,63%)를 기록 중인 정봉주 전 의원이 12일 “어떠한 모진 비난이 있더라도… 이재명팔이 무리들을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의 회견 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후보들은 “누가 이재명을 팔고 있느냐”면서 일제히 정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반대파나 경쟁진영에 있던 의원·지지자를 지칭하던 똥파리·수박에 이어 2024년 전당대회 판 멸칭이 등장한 것이다.
정 후보는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겉으로는 ‘이재명’을 팔아 단결을 주장면서 속으로는 내분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무리들을 명팔이라고 지칭했다. 주요 당원들과 구성원 상당수가 그 실체를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 이후 이들을 걸러내는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김대중정부 시절 ‘홍삼트리오’ 위기 당시 집권세력인 민주당의 주류 교체를 주장한 정풍운동을 벌였던 전례까지 끌어왔다.
명팔이 이전에 민주당안에선 2020년 대선경선을 전후로 ‘친문이면서 이재명에 반대하는 사람’을 똥파리라 불렀다. 당시 대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측 인사들을 공격하는데 주로 쓰였다. 수박은 민주당 안의 보수 인사를 뜻하는 표현으로 ‘민주당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보수당 쪽’ 혹은 ‘이재명 반대쪽’이라는 멸칭으로 활용됐다.
‘이재명팔이’도 경선 중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현재 진행중인 최고위원 경선에서 정 후보가 초반 2주차까지 1위를 달리다 호남권 경선이후 밀린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대표 경선에 나선 이재명 후보가 김민석 후보의 지지율이 낮음을 걱정하고, 김 후보도 ‘이재명 집권플랜 본부장’을 자임하면서 지지율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일부 최고위원 후보자는 “경선에 오더가 작동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지난 8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정 후보가) 이재명 전 대표의 최고위원 경선 개입에 대해 상당히 열 받아 있다”며 정 후보와 나눈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박 전 의원은 “정 후보가 ‘최고위원회의는 만장일치제다. 내가 들어가면 어떻게 하는지(두고 봐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경기도 경선에선 정 후보의 해명과 사퇴를 촉구하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정 후보는 박 전 의원의 전언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자신에 대한 공세가 일부 친명팔이 세력의 부당한 공격이라며 맞받았다.
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은 서울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대의원 투표 등을 남겨 두고 있다. 현재 누적 득표율은 김민석(18.03%), 정봉주(15.63%), 김병주(14.02%), 한준호(13.66%), 이언주(11.56%), 전현희(11.54%), 민형배(10.53%), 강선우(5.03%) 후보 순이다. 전체 권리당원(124만2000명)의 17.3%(21만5000명)를 차지하는 서울지역 당원들의 표심에 따라 당선권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김병주 후보는 12일 SNS에 “누가 앞에서 이재명을 팔면서 뒤에서 이재명을 팔아넘겼는가”라며 “앞과 뒤가 다른 자, 오로지 이재명 대표 공격에만 몰두하는 자, 이런 자들이야말로 진짜 ‘이재명 대표를 파는 자’ 아닌가”라고 밝혔다. 한준호 후보도 “우리가 알고 싶은 건 그게 아니었다”며 “‘이재명팔이’ 누가 하고 있는가”라는 글을 게재했다. 전현희 후보는 “정치는 신의와 의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이언주 후보는 “많은 당원들이 상처를 받았다.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전당대회에서 그렇게 되어 참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