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사망’ 안팎으로 시끄러운 권익위
사건 후 열린 첫 전원위서 “상급자 책임져야”
국회선 진상규명 청문회·국정조사·특검 검토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담당한 국민권익위원회 간부가 사망한 후 권익위가 안팎의 후폭풍에 휩싸였다. 내부에서 진상규명 요구가 나오는가 하면 국회에선 야당 중심으로 특검 및 청문회가 추진되고 있다.
13일 권익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전원위원회 회의에선 지난 8일 사망한 김 모 국장의 죽음에 대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일부 전원위원들이 나서 김 국장이 생전에 했던 업무와 관련해 의사결정에 부당함이 없었는지 권익위 차원에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
특히 김 국장의 상관인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에 대해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위원장은 김 여사 사건 종결 처리와 관련해 김 국장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도 김 국장 사망을 놓고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의원들은 12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은 당장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사건 종결 처리에 대한 권익위 청문회를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청문회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인 것을 비판한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바로 반박에 나섰다. 국민의힘 소속 정무위원들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공직자의 안타까운 죽음마저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정권 흔들기가 급하더라도 우리 정치가 지켜야 할 정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건희 여사 가방 사건과 이재명 대표의 헬기 이송 관련 질문을 무한 반복하며 취조하듯 밤늦게까지 권익위 공무원들을 몰아세운 것이 민주당 아니냐”면서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분풀이식 청문회와 국정조사 추진이 아니라 갑질과 협박에 대한 자기 반성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국회 차원 청문회가 성사되지 않는다 해도 특검법을 통한 진상규명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계류중인 ‘김건희 특검법’에 김 국장 사망사건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국정조사도 선택지 중 하나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를 제안하며 “고인의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관련자의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연이은 참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김 국장 사망과 김 여사 명품백 사건 종결 연관성에 주목하며 진상규명 필요성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김 여사 사건을 신고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12일 논평에서 참여연대는 “고인은 양심에 반하는 결정을 막지 못해 심적 고통과 자책감을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명품 수수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상급자들의 부당한 압력이나 지시가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 공직자의 억울한 죽음의 책임은 명품백 사건 종결처리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권익위 수뇌부에 있다”며 “유철환 권익위원장과 정승윤 부위원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