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구구한 안보라인 깜짝 연쇄교체
용산 “윤, 안보환경 급변 고려한 구상”
보은·경질설, ‘군 장악력 강화’ 해석도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라인 깜짝 연쇄교체를 놓고 해석이 구구하다. 국방부장관은 임명 1년이 채 되지 않아 임기 3년차 개각 대상으로 딱히 거론된 적이 없었다. 안보라인은 총선 후 여론이 요구하던 쇄신 대상도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12일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지명했다. 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국가안보실장으로,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신설해 장호진 안보실장을 내정했다. 군 출신이 안보라인의 중추를 차지한 모습이다.
이번 인사는 급변하는 외교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윤 대통령의 여름휴가 구상 중 하나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김성한·조태용·장호진 등 최근까지의 안보실장들이 외교통으로서 한미동맹 신뢰 회복에 나서 워싱턴 선언, 캠프데이비드 선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의 협력 강화 등의 성과를 이끌어냈지만 향후 남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지역과 동유럽의 전쟁위기 고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군 엘리트 출신이 더 적격이라는 판단이다.
한편에서는 윤 대통령이 오는 광복절 내놓을 새로운 통일담론과 맥락을 맞추기 위한 인선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하지만 국제정세 변화라는 명분을 내세운 대통령실의 설명에도 이번 인선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김용현 처장에 대한 보은, 또는 장호진 실장에 대한 경질이 아니냐는 해석이 함께 나온다. 김용현 처장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이자 핵심측근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이 과거 사석에서 “형님”이라고 불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용산 원년멤버인 김 처장은 평소 국방장관을 희망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장 실장의 경우 임명된 지 7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북-러 밀착 등의 대응 과정에서 책임론이 불거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한다. 이에 대통령실은 경질성 인선이 아니라며 국방·외교·산업장관이 하기 어려운 일들을 나서서 해결하는 이른바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신원식 장관의 경우 김용현 처장의 육사 1기 선배이자 김태효 안보1차장과 MB정부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다. 안보실 원년멤버이자 터줏대감 격인 김 차장의 안보라인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순직 사건, 홍범도 흉상 논란 등 여러 논란 속에서 이같은 안보라인 교체를 단행한 것은 검찰·경찰에 이어 군에 대해서도 장악력을 키우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최근 검찰총장 후보자에 심우정 법무부 차관을 지명하고 조지호 경찰청장 임명을 단행한 바 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