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국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등으로 논란이 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안에 대해선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국회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비판했다.

한 총리는 “막대한 국가재정이 소요되고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지우는 법안들을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도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2개 법안의 문제점을 짚었다.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한 총리는 행정부의 예산편성·집행권 침해, 과도한 재정부담, 지역사랑상품권 단일 수단 지급 불가능 등을 들며 “방법과 효과에 논란이 큰 일률적인 현금성 지원은 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해선 “정부가 재의요구 해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이라면서 “야당은 문제점을 해소하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킬 내용을 추가해 또 법을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재의요구권 건의 내용을 검토한 후 곧 재가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재가를) 급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윤 대통령은 총 21개 법안을 거부하게 된다. 임기 중 45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최다 기록이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민주화 이후 최다 거부권 행사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며 비판한 바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8.15광복절 특별사면·복권 안건도 의결 후 윤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 한 총리는 “이번 사면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 우리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고 서민들의 재기를 도모하는데 중점을 뒀다”면서 “민생경제 회복을 지원하고자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운전업 종사자 등 41만여 명에 대한 행정제재를 감면하였으며, 경제인들도 엄선하여 사면대상에 포함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최근 김 전 경남지사 등 정치인들이 대거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는 데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앞서 법무부는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김 전 지사와 조윤선 전 정무수석, 현기환 전 정무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해 사면·복권 등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의 복권 확정으로 정치적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김 전 지사의 여당 내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포함한 다수가 반대 의사를 밝혀온 만큼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한 대표는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정치인의 사면·복권이 일반인에 비해 완화된 기준으로 단행된다는 점, 김 전 지사가 자신의 범죄에 대해 한번도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내에선 겉으로는 환영 입장이지만 향후 이재명 전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로 거론된다는 점에서 김 전 지사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김형선·이재걸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