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온 뒤에 국민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저희는 역시 특검 추진이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가 수사하지 않는 그런 구조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며 “그러면 대법원장 추천이든지 공정하게 수사를 할 수 있는 그런 체계 검토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이하 제3자 특검법)을 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온 뒤 논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 같은 추 원내대표 발언은 친한(한동훈)의 기류와도 맞물린다. 친한은 당초 한 대표가 제기한 ‘제3자 특검법’을 공수처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공론화할 계획이었지만 대통령실과 친윤의 반대가 워낙 강해 ‘타이밍 조절’을 하는 분위기다. 친한도 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오면 당내에서 ‘제3자 특검법’을 논의할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친한 의원은 13일 “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오면 국민의 특검 요구는 더 강해질 것이고, 당내 의원들의 반대는 무뎌질 수밖에 없다. 그 타이밍에 ‘제3자 특검법’의 당내 공론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제3자 특검법’ 논의는 어떤 결론이든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당내 소수세력인 친한은 ‘제3자 특검법’ 추진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다수인 친윤은 “어떤 내용의 특검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친윤은 ‘특검=탄핵’으로 인식한다. 야당에게 탄핵 추진의 빌미를 줄 수 있는 특검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친한과 친윤 사이에 펼쳐질 ‘제3자 특검법’ 논의는 세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상대편이 수긍하는 원만한 합의안 대신 찬반으로 갈려 표 대결을 펼치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야권에서 ‘제3자 특검법’에 동의해준다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무력화에는 ‘여당 이탈표 8표’만 있으면 된다. 전당대회 당시 한 대표를 도왔던 친한 의원만으로도 충분한 숫자다.

하지만 친한은 “‘제3자 특검법’은 여당 의원 108명 중 상당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비친다. 앞서 친한 의원은 “의원들도 ‘언제까지 특검법 갖고 싸움만 할 거냐’는 생각을 한다. 이 정도에서 (특검법을) 받아야한다는 의원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친한 인사는 “최소 20~30명의 의원이 ‘제3자 특검법’에 대해 공개지지를 표명하면 나머지 의원들도 (국회 비밀투표에서) 찬성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며 “대통령실과 친윤은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실과 친윤은 ‘제3자 특검법’에 동의할 의원은 친한 10여명에 머물 것으로 본다. 당내 절대다수는 끝까지 반대편에 설 것이란 기대다. 친윤 인사는 14일 “친한 의원들이 10여명은 되니까, 이들이 야당과 야합한다면 이론적으로는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만의 하나 그렇게 된다면 당은 두 동강나게 될 것”이라며 “(‘제3자 특검법’이 통과된다면) 다수 의원과 당원들이 한 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