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통신내역 확보에 여권 ‘술렁’
레임덕 신호? 수사 진전? 내부 해석 엇갈려
대통령실 “공수처 일 알 수 없어” 거리두기
추경호 “또다른 정치 기관화 되지 않길” 우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휴대전화 통신내역을 확보한 사실이 알려진 후 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첫 통신내역 확보라는 점에서 묘한 파장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레임덕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데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보인다. 또 한편으로는 공수처 수사 결과에 힘이 실려 채 상병 특검 명분이 약해지리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최근 법원에서 발부받은 통신영장을 집행해 윤 대통령의 지난해 7~9월 휴대전화 통신기록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내일신문 8월 13일자 19면 참조) 윤 대통령 외에도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등 전·현직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통신내역도 확보해 공수처가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채 상병 관련 공수처 수사가 막바지에 들어간 가운데 사실상 대통령실을 정조준한 수사가 진행중인 셈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을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관계자는 13일 “현직 대통령의 통신내역은 사실상 국가안보에도 직결될 수 있는데 법원에서 통신영장을 내줬다는 점이 좀 아프다”면서 “통화내역만으로는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나오진 않겠지만 영장을 내줄 만한 뭔가가 있었다는 걸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무엇보다도 레임덕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동훈 체제 등장 등으로 윤 대통령의 권력 누수가 우려되던 차에 법조계 중 판사들 쪽에서 첫 신호탄을 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3년이나 남은 만큼 여권에서 ‘레임덕’은 금기어다. 그러나 수면 아래에선 윤 대통령의 최근 잇따른 인사를 ‘레임덕 방지 또는 관리용’으로 보는 해석이 꾸준히 나온다. 예를 들어 최근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와 관련해 정권 말기로 갈수록 검찰의 ‘뒷통수 치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최측근 인사를 앉힌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의 통신내역 조회 관련해 다른 해석도 있다. 공수처가 대통령실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만큼 향후 내놓은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감도 높아지리라는 전망이다. ‘성역 없는’ 수사라는 신뢰가 생기면 야권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 명분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공수처 수사 상황에 대해 거리를 뒀다. 대통령 통신내역 조회 사실이 알려진 후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공수처 일에 대해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다”고 말했다.
여당에선 공수처의 정치화를 우려하고 나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공수처가 어떤 근거를 갖고 통신 조회했는지 알 수 없지만 공수처가 또 다른 정치기관화가 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형선 이재걸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