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폐지’ 포기하나
거대양당, 간호법 등 28일 통과 합의
전세사기법 사각지대 막판 해소 조율
구하라법, 헌법불합치 보완할지 주목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비쟁점 법안을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주요 비쟁점 법안으로 꼽히는 간호법, 전세사기법, 구하라법(민법) 등엔 주요 쟁점들이 남아있어 조율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간호법에는 여전히 많은 쟁점이 남아있다”며 “간호법의 핵심쟁점은 간호조무사의 학력제한에 대한 것으로 정부는 진료보조간호사인 PA간호사로 전공의 공백을 메우려고 하고 있지만 여당의 입장에서는 간호조무사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간호조무사들은 전문대에 간호조무학과를 설치해 간호조무사 자격증 응시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으로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는 특성화고를 졸업하거나 간호조무학원을 나와야 간호조무사 자격증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폐지에 대해서는 특성화고나 학원들이 반대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교육부도 유보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또다른 쟁점은 야당이 주장하는 간호법의 명칭(여당은 간호사법 제안)이다. 정부와 여당은 다른 직능 관련 법안과 같이 취급하려고 하지만 민주당은 ‘간호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PA간호사에 대한 자격이나 교육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역시 정부가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이 확대돼 있는 상황이다. 야당은 PA 간호사 양성계획과 자격요건 등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상당한 혼란이 나올 수 있고 오히려 PA간호사들을 각종 의료사고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현재의 간호사 중 실제 수술실 지원을 하는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약식으로 자격을 부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PA간호사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나오지 않으면 이미 자신들의 영역을 갖고 있는 전문간호사들도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전공의 공백을 전문의가 아닌 간호사들로 채우려고 하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간호법이 당장 시급한 법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어 정부와 여당이 양보하고 제대로된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통과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법안을 논의하기 위한 법안소위는 오는 22일로 계획돼 있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막판 ‘사각지대 해소’가 관건이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 1년간 운영된 후 많은 사각지대가 확인됐다며 ‘선구제 후보상’안을 유지해왔으나 ‘합의’를 위해 한걸음 물러서기로 했다.
야당 국토위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막판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피해자들을 만나 정부가 제시한 개정안을 중심으로 사각지대 해소에 나서겠다고 전했다”고 했다. 국토부는 기존 전세임대 지원 방안을 보완해 전세임대 제도를 이용하는 피해자들에게도 경매차익을 보증금으로 지원하고 경매차익이 부족할 경우 재정 보조를 통해 최장 10년간 임대료 없이 살 수 있게 하는 추가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여기에 추가 보완대책을 더하기 위해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토소위는 20일, 국토위 전체회의는 21일로 예정돼 있다. 민주당-국민의힘 간사는 19일에 만나 거대양당의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다.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했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역시 쟁점이 남아 있다. 이 법안은 부모가 자녀를 방치하거나 학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사망할 경우 상속을 받을 수 있는 기존 법률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안됐고 여야가 부모의 비양육이나 학대 행위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했던 피해자들의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부분을 보완한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안이 발의되면서 추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 의원의 법안은 ‘부양의무 중대 위반에 따른 상속권 상실 청구 사유’를 ‘미성년자’에 한정했던 서영교 의원안에 더해 ‘모든 상속인’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대습 상속(법정 상속권자가 피상속인의 사망 전에 사망하거나 상속 결격자가 되어 상속할 수 없는 경우, 그의 직계 비속이 대신 상속인이 되는 것)에도 이를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구하라법’을 내놓은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법안 1소위에서 일단 정점식 의원안과 같이 논의를 하겠지만 빠른 시일 안에 합의가 어렵다면 일단 21대에서 여야가 합의한 내용을 먼저 처리하는 것도 제안해 놓은 상황”이라며 “28일 본회의 일정이 잡혀 있는 만큼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처리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