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복권’ 여권 흔들고, 야당은?
지명도 상승, 친노·친문 구심점 가능성 열어둬
장경태 “이재명, 지명직 최고위원도 고려할 것”
“여야가 뭘 얻고 잃었는지는 평가하기 나름이지만, 김경수는 확실히 떴다”
윤석열 대통령이 8.15 광복절을 앞두고 단행한 사면·복권 명단에서 단연 주목받은 인물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다. 더불어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이번 사면·복권에 대해 “김경수를 위한 이벤트”라고 표현했다. 김 전 지사 의지와 무관하게 여야 권력 경쟁에 이름을 올리면서 주목도가 올라간 까닭이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정치권 주요 이슈로 키운 것은 여권 수뇌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론’을 이유로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반대입장을 공개 천명했고, 국민의힘 ‘친윤’ 인사들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불쾌한 입장을 드러냈다. 한 대표가 추가 언급을 피했지만 윤 대통령과의 갈등 관계가 다시 부상한 것은 막지 못했다. 당초 김 전 지사 복권이 거론될 당시 민주당 안에서는 여권발 ‘야권 분열’ 카드라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친이재명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체제를 겨냥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친노·친문계의 상징성이 강한 김 전 지사가 정치적 복권과 함께 등장하면 민주당내 차기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었다. 김동연 경기지사, 김두관 전 의원 등 비명계 인사들은 ‘정치적 다양성 확보’ ‘일극체제 대체’ 등의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여권내 이견이 훨씬 크게 부각되면서 야권의 반응이 묻히긴 했으나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가 귀국한 후 실제 정치활동을 시작한 후 상황은 가변적이다.
13일 복권이 확정된 김 전 지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더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겠다”면서 “우리 사회를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복권에 반대했던 분들의 비판에 담긴 뜻도 잘 헤아리겠다”고 했다. 김 전 지사의 측근은 “당초 계획대로 독일에 머무른 뒤 연말쯤 귀국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전 지사가 이번 복권으로 피선거권 제한이 풀리면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나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등 정치 일정에 관여할 여지가 생겼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법정이 외면한 진실을 찾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면서 “당과 사회 발전에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당원들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국민과 민주당을 위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재선의원은 “김 전 지사가 당장 뭔가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차기 주자가 1명 더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면서 “정치상황 변화에 따라 지지자들에게 불려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권 한 비명계 인사는 “(김 전 지사는)이재명 체제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국민들에게 민주당이 내놓을 수 있는 대안으로 충분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친명계인 장경태 의원은 13일 “이재명 전 대표가 (2기 지도부에서) 지명직 최고위원까지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의원은 이날 YTN에 출연해 “김 전 지사가 정말 영남 지역의 발전과 시민들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훨씬 더 민주당의 활동과 외연 확장을 위한 역할을 톡톡히 하실 것”이라며 “만약 김 전 지사가 마음의 준비가 되신다면 지명직 최고위원까지도 이 전 대표가 고려하지 않을까 든다”고 밝혔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