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동
전기차와 기후위기에 대한 머스크식 접근법
럭비경기에서는 전진패스를 못하고 공을 뒤나 옆의 동료선수에게 보내면서 상대진영을 공격한다. 공이 전진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공을 들고 앞으로 전력질주하는 것뿐이며 수비는 공을 가진 공격선수만 태클해 방어를 한다. 공을 몸에 지니고 전진해야 하기 때문에 공격속도는 느리고 경기의 박진감은 떨어져 보인다. 보호장비 없는 몸으로 태클을 하면서도 본능을 억누르는 룰을 엄격히 지키는 스포츠여서 “축구는 불량배들이 하는 신사적인 스포츠이고, 럭비는 신사들이 하는 불량배적인 스포츠”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미식축구는 럭비에서 변형된 스포츠다. 미국인들은 럭비의 원시적 본능을 살리면서 더 역동적인 경기방식을 창조했다. 미식축구에서는 전진패스가 가능해졌고 공을 가지지 않은 상대편 누구든 태클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럭비가 맨손 백병전 성격이라면 미식축구는 포격전이 혼합된 종합전투라 할 수 있다. 미식축구는 개인의 운동능력을 극대화하고 3차원적인 공격과 수비가 가능하도록 기존 경기룰을 파괴하고 창조적 혁신을 한 사례다.
머스크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
트럼프는 기후변화 주장을 사기라고 하면서 미국의 기후변화 협약을 탈퇴시켰고 이번 대선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싼 에너지 가격”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미국 내 천연가스와 석유 채굴량을 증대하겠다고 했다.
일론 머스크는 환경주의자들이 갈망했던 전기차 상용화에 큰 기여를 한 기업인이다. 그는 태양광 관련 업체인 솔라시티라는 회사에도 투자했다. 그의 사업적 업적을 보면 기후변화 대응의 아군으로 여겨졌다. 그런 그가 이제 기후변화 회의론자인 트럼프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무슨 일인가?
돌이켜보면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나 태양광 이외에 스페이스X, 도지코인, 오픈AI 등 지구의 기후변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업들에도 투자했다. 인류를 자신의 생애 내에 화성에 보내서 식민지를 구축하겠다는 황당한(?) 꿈을 가지고 있다.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자는 환경론자들의 관점과 인류를 위해 제 2의 지구를 만들자는 관점은 전혀 다른 접근이다. 일론 머스크는 지구의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테슬라는 운송수단에 연결성을 부여하고 새로운 이동문화를 만들어내면서 제품과 서비스에 프리미엄 가치를 창조했다. 전세계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지 않으면 안될 위기감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테슬라를 자동차 산업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은 머스크 관점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 본다. 만약 테슬라가 GM이나 포드 등의 미국의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의 경쟁사로 인식되어 시장접근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실적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 중국의 전기차 보급량 추세로 본다면 테슬라는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의 전통 자동차제조사보다 중국의 전기차제조사들과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중국 저가 전기차 공급이 늘어난다면 테슬라는 가격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며 새로운 프리미엄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사업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바이든의 민주당정부는 전기차를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 여기고 테슬라를 자동차산업 부문의 한 기업체로 보고 있는 듯하다. 미국 민주당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운송 부문의 과제로 전기차 보급을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고 보조금 지원과 전기충전소 확대 정책 등을 추진해왔다.
이는 정치적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룰을 통한 시장관리를 하겠다는 것으로, 이미 유럽에서는 절망적인 실패경험을 보여준 접근법이다. 기존 룰을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면서 프리미엄 가치를 만들어 내려는 혁신적인 기업가에게는 공을 뒤로 패스하면서 룰을 지키며 신사적으로 게임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환경론자들과 기후변화 해법 달라
일론 머스크가 기후변화에 심각성을 무시하는 바보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가 해법을 찾는 방법은 기존의 기후 환경론자들과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지구를 지키는 사업이 시장으로 형성된다면, 그리고 그 시장에 미국의 산업 노동자들이 우위에 있을 수 있다면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 같은 파괴적 혁신주의자들은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려고 할 것이다. 유럽에서의 답답함과 절망감이 미국에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