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해리스와 트럼프노믹스의 경쟁

2024-08-14 13:00:04 게재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100일도 채 남지 않은 현재,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 등장으로 미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피습사건을 계기로 대선판을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주도하고 건강이상설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할 당시만 하더라도 트럼프 후보의 재집권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민주당의 새로운 후보인 해리스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빠르게 결집시키며 지난 두번의 미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경합주인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 트럼프를 앞지르는 여론조사 결과를 이끌었다.

경제문제에 관한 한 아직 해리스는 검증 대상

그동안 민주당 후보들의 약점으로 인식되어 오던 경제문제 해결 능력과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이 공동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후보가 트럼프 후보를 1%p 더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경제전망이나 미중 무역분쟁 해결에 있어서는 여전히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더 나을 것이라는 응답이 많아 유권자들은 경제문제에 관한 한 아직 해리스를 검증의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식 선출된 지 불과 2주밖에 되지 않은 해리스는 사실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경제정책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해리스가 지난 4년 간 바이든 대통령을 도와 부통령직을 수행해 온 점을 고려한다면 그녀가 내세울 경제정책은 바이든정부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번 미 대선은 민주당의 후보만 바뀌었을 뿐 경제정책에서는 지난 8년간 미국 경제를 이끌었던 바이드노믹스와 트럼프노믹스가 유권자들의 선택을 놓고 경쟁하게 된 셈이다.

이들 경제정책 간 우열을 따져보면 우선 경제성장률은 바이든정부가 집권 3년간 연평균 3%대 중반을 기록해 집권 4년간 연평균 2%대에 머문 트럼프정부의 그것보다 앞선다. 일자리도 트럼프 재임 동안 오히려 감소했다는 분석까지 나오지만, 바이든 재임 기간 중에는 150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물가를 잡는 데는 트럼프노믹스가 강점이 있었다. 트럼프정부는 재임기간 중 연 2% 내외의 이상적인 물가를 유지한 반면 바이든정부는 한때 10%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을 보이는 등 연 5%대의 불안정한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지표만 놓고 보면 당장 두 정책 간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유권자들은 대체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트럼프 시절의 경제가 더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4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인플레이션도 문제였지만 고물가를 잡기 위해 미 연준이 5% 넘게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가뜩이나 부채에 신음하던 가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의 경제상황을 되짚어 본다면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만큼 경제가 침체되어 있던 트럼프정부 시절에는 저성장 저물가가 불가피했고 일자리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었으므로 트럼프노믹스가 물가에서 강점을, 성장과 일자리에서 약점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바이든정부 시절에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시중에 풀려나온 천문학적 규모의 돈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리쇼어링에 힘입어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뛰어도 미국 국내 일자리는 늘어나 최소한 미국 자국 경제는 활기를 띨 수 있었으므로 트럼프노믹스와는 반대 입장에 놓이게 된다.

급변하는 세계경제 상황에 맞는 대책 내놔야

결국 미 대선 후보 각 진영에서 서로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경제정책은 당시에는 맞았을지 몰라도 지금부터 달라지는 새로운 경제상황에 적용하기 힘든 것이다. 바이드노믹스를 계승하겠다는 해리스가 트럼프노믹스를 이기고자 한다면 더이상 과거 정책에 얽매이지 말고 반드시 급변하는 세계경제 상황에 맞춘 본인만의 정책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무릇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것이다.

조태진 법무법인 서로변호사·M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