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찾은 광복절, 빛 바랜 79주년 경축식

2024-08-14 13:00:01 게재

독립기념관장·건국절 논란에 분열

독립운동 유관단체들 별도 기념식

윤 “건국절 논란, 국민에 도움 안돼”

광복회 “기념식에 정치권 초청 안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서 비롯된 건국절 논란이 끝내 봉합되지 않으면서 정부와 광복회 등 독립운동 유관단체가 각각 별도의 광복절 경축식과 기념식을 개최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현실화할 조짐이다.

김 관장을 뉴라이트 인사로 비판해 온 광복회는 임명철회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을 정부 경축식과 별개로 15일 오전 10시 효창공원내 백범기념관에서 자체 거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광복회는 지나치게 정치쟁점으로 비화하는 것을 우려해 자체 기념식에 광복회원이나 유족, 관련 기념사업회 및 단체 이외에 정당, 정치권 인사를 일절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12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 대형 글판인 서울꿈새김판이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희생 끝에 되찾은 빛, 끝까지 이어갑니다' 문구가 들어간 글판으로 교체돼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광복회 등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은 지난 8일 취임한 김 관장이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주장하는 ‘뉴라이트 인사’라고 비판하면서 임명철회를 하지 않으면 정부 경축식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13일 역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역사연구회 등 48개 단체도 성명을 통해 “광복 80주년을 한 해 앞에 두고 부적절한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이 이뤄졌다는 점에 역사 관련 학회와 단체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임명철회를 요구했고, 같은 날 5.18 공법 3단체와 5.18 기념재단도 성명을 통해 “보훈 단체들의 불참 결정은 뉴라이트 성향 논란이 있는 인물을 임명한 정부 책임”이라며 경축식 불참을 선언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권에서는 김 관장이 친일 성향의 뉴라이트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고, 대통령실은 건국절을 제정할 의사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건국절 논란과 관련 참모들에게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말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그러나 이종찬 광복회장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단순한 하나의 인사가 아니라 지하에서 꿈틀거리는 거대한 계획”이 있다며 “이승만 대통령을 치켜세우고 김구는 죽여버리자, 이런 음모인 것 같다”고 밝혔다. 독립운동 유관단체는 물론이고 야권과 역사학계까지 반대하는 인사를 임명 강행하는 것은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 의미다.

정부 주최 8.15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는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15일 효창공원에서 참배와 약식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 참배 이후엔 효창공원 안에 있는 백범기념관으로 이동해 광복회가 주관하는 경축행사에 동참하기로 했다. 또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이날부터 17일까지 일본 사도광산 현장을 방문해 일본 정부의 조선인 강제동원 인정과 조선인 강제동원 노동자 명부공개를 공개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4일 8.15 광복 79년, 윤석열정권 굴욕외교 규탄 국회-시민사회 1000인 선언 기자회견을 통해 “내일은 제79주년 광복절이다. 해방의 기쁨을 나누고 선열의 독립 정신을 기리는 뜻깊은 날이지만 올해 광복절은 오점으로 남을 듯하다”면서 “오늘부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당장 철회하고 역사 쿠데타 음모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사죄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일제 식민지배로부터 벗어나 빛을 되찾았다는 의미의 광복절이 부적절한 인사 임명과 건국절 논란 등으로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박준규 이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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