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분단 지속, 광복 미완성 … 자유 확장돼야”
광복절에 ‘3대 통일전략’ … “대화협의체 설치” 제안
광복회 등 자체 기념식 “역사 퇴행 보고 있을 수 없어”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인 15일 “분단 체제가 지속되는 한 우리의 광복은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며 ‘자유 가치관, 북한 주민 변화, 국제사회 연대’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8.15 독트린’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한반도 전체에 국민이 주인인 자유 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지는 그날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의 통일은 자유와 인권의 보편가치를 확장하는 과업”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국권을 침탈당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은 참으로 위대한 역사를 써내려 왔다”며 “이 위대한 여정을 관통하는 근본 가치는 바로 자유로서 우리의 광복은 자유를 향한 투쟁의 결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15분 분량 경축사의 절반 이상을 자신의 통일구상을 선언하는 데 썼다. 일본 관련 언급은 거의 전무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3대 통일전략에 대해 “첫째, 우리 국민이 자유 통일을 추진할 수 있는 가치관과 역량을 확고히 가져야 하고, 둘째로 북한 주민들이 자유 통일을 간절히 원하도록 변화를 만들어 내며, 셋째, 국제사회와 연대하는 세 가지 과제”라고 소개했다.
그는 “질서와 규범을 무시하는 방종과 무책임을 자유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이른바 가짜 뉴스에 기반한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는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무서운 흉기”라고 했다.
야권을 의식한 듯 “사이비 지식인들은 가짜 뉴스를 상품으로 포장하여 유통하며, 기득권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들이 바로, 우리의 앞날을 가로막는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 인권 국제회의 추진 △북한 자유인권펀드 조성 △북한주민 정보접근권 확대 △탈북민 보호 등 북한 정권에 대한 압박책을 내놓던 윤 대통령은 남북 당국 간 실무차원의 ‘대화협의체’ 설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긴장 완화를 포함해 경제 협력, 인적 왕래, 문화 교류, 재난과 기후변화 대응에 이르기까지 어떤 문제라도 다룰 수 있다”며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문제와 같은 인도적 현안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통일’을 36회, ‘북한’은 34차례 언급했다. ‘자유’도 50차례 등장했다. 반면 ‘일제’는 한 번, ‘일본’은 두 차례 언급했다.
한편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들은 이날 정부 주최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고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별도 기념식을 열었다.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독립운동단체 주최 기념식은 광복회를 포함해 37개 단체가 모인 독립운동단체연합과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 등 350여명과 야권인사 100여명이 참석했다.
광복절 행사가 정부 주최 경축식과 독립운동단체 주최 기념식으로 쪼개진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에서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인식이 판치며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면서 “광복회는 결코 이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며 자체 기념식을 개최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역사의식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의 일환으로 광복회원들의 결기를 보여주어야 했다”며 “이것은 분열의 시작이 아니라 전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광복의 의미를 기리는 진정한 통합의 이정표를 세우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나라의 역사의식과 정체성이 흔들리면 국가의 기조가 흔들린다”면서 “최근 왜곡된 역사관이 버젓이 활개 치며, 역사를 허투루 재단하는 인사들이 역사를 다루고 교육하는 자리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며 정부의 김형석 관장 임명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