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박정희광장’ 찬반 논란
시, 동대구역에 5m표지판 설치
시민사회 “정치인 광장 안된다”
대구시가 대구 대표 관문인 동대구역 앞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표지판을 세우자 시민단체와 야당 등의 정치권이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시민단체 등은 대구 관문 앞 광장이 정치인 광장이 돼선 안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구시가 실정법을 위반했다며 고발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14일 동대구역앞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표지판 제막식을 가졌다.
시는 약 2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폭 0.8m, 높이 5m의 크기의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동대구역앞 광장에 세웠다. 표지판 맨 윗부분에는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졌고 그 아래 ‘박정희 광장’이라는 문구는 박 전 대통령의 친필 서체를 적용했다.
대구시는 1960년대 근대화의 시발점이 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기 위해 동대구역 앞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표지판을 세웠다고 밝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은 1960년대 섬유 등 경공업을 시작으로 1970년대 중화학공업을 이끌면서 당시 한강의 기적이라는 급격한 경제성장의 바탕이 된 중요한 무형유산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구시는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5월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기념사업 추진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은 ‘박정희 광장’ 명명을 위한 표지판 제막식을 시작으로 올해말까지 광장에 동상을 설치하고, 내년에는 박정희 공원 조성과 공원 내 동상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역사의 인물에 대한 공과는 언제나 있는 법이기에 과만 들추지 말고 공도 우리가 기념해야 할 부분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야당 등은 일제히 반발했다. 제막식이 열린 지난 14일 표지판 설치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철거를 주장했다.
김동식 조국혁신당 대구시당 부위원장은 “홍 시장은 동대구역을 간이역쯤으로 생각하는 듯 한데 동대구역 광장은 정치인의 광장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 등은 “8.15 광복절에 친일 부역자 박정희 우상화를 추진하고 법률과 조례마저 무시하는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의 독단행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홍준표 시장이 불법 무단으로 설치한 박정희 광장 표지석 철거를 위해 법률 검토를 거쳐 고발조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대구시는 유지 관리만 할 수 있는 국가철도공단 소유의 역광장에 무단으로 표지석을 설치했고 국가철도공단과 어떠한 협의를 한 적도 없으므로 권한을 넘어서고 절차를 위반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