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 의정갈등 돌파구 마련하나

2024-08-16 13:00:01 게재

의대 증원 배정부터 재원 투입까지 점검 … ‘환자 뺑뺑이’ 등 의료 공백 현실화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하는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반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에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장관이 출석하는 청문회가 열렸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청문회가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한 달가량 앞두고 열리는 것이라 의정갈등 해소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16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는 지난달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제기된 ‘의과대학의 발전을 위한 교육부 청문회 요청’ 청원이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어 열리게 됐다.

청원안에는 △교육부의 의대 정원 배정기준·절차 및 실사여부·결과 △교육부의 의대생 휴학명령 금지 근거 △교육부와 기재부의 예산 지원 현황 △의대 증원의 근거 공문 공개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증원 결정과정 불투명성 놓고 대립 = 청문회는 시작과 동시에 자료 미제출 문제를 놓고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당초 야당 의원들은 우선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상의 불투명성을 확인하겠다며 관련자들을 증인신청했다.

국회 교육위는 청문회 증인 명단을 여야 합의로 채택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했던 배정심사위원회 위원장은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의대 증원분을 각 대학에 배정한 배정심사위가 신상 비공개를 전제로 이뤄졌는데 청문회에 참석할 경우 신변 노출 가능성이 높다는 교육부 요청을 수용한 것이다.

다만 국회는 정부가 배분 근거와 과정에 대한 자료는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의혹들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 16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의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증인들이 선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호 장관,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 오석환 교육부 차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2차관.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2030년까지 교수 4300명 충원해야” =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의대생의 경우 곧 2학기 등록 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학부모들까지 ‘등록금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어 복귀 가능성이 높지 않다. 휴학 승인 없이 등록금을 내지 않으면 통상의 경우 제적 처리된다.

정부는 앞서 의대생들의 복귀를 전제하고 유급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의대생 수업 참여율이 2%대에 그쳐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갈등이 계속돼 결국 집단 유급이 발생해 1학년의 경우 24·25학번 학생들이 동시에 수업을 듣게된다.

교육 인프라와 자원이 매년 2000명씩 늘어날 의대생들을 감당할 수 있느냐도 논란이다.

교육부는 지난 3월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이 이뤄진 32개 대학에게 교육여건 개선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교수 증원 규모와 재정투자 계획 등을 제출 받았다. 정부는 앞으로 3년간 국립대 의대 교수를 1000명 추가 배치하고, 9월 중 시설 투자 계획 등을 구체화한 ‘의대교육 선진화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회 교육위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증원한 대학 32개 대학이 기초·임상의학 교수를 내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총 4301명 충원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의대 정원이 증원된 비수도권 9개 국립대의 ‘수요조사서’만 보더라도 7년간 총 사업비가 9268억원에 달한다. 교육지원시설과 학생기숙사 등 14동의 건물이 신축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부 대학은 부지까지 새로 확보해야 한다.

또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학교육 평가인증 주요변화계획(재인증) 평가’ 기준도 논란이다. 의평원은 증원 이후 의대가 적정한 교육 질을 갖추고 있는지 올해부터 앞으로 6년 동안 매년 재인증(주요변화계획) 평가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의평원의 재인증 평가 기준을 사전에 심사하겠다는 입장이라 마찰을 빚었다.

◆응급수술 못해 사망하기도 = 이번 청문회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데는 의정갈등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곳곳에서 의료공백 피해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 기간 대형 병원에서 다른 의료기관으로 회송된 사례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진선미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는 ‘상급종합병원별 회송 현황’에 따르면 대부분 의사 집단행동 기간인 2월부터 5월까지 상급종합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회송된 사례는 모두 28만9952건으로, 전년 동기(24만7465건) 대비 17.2%(4만2487건) 늘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갔다가 종합병원, 요양병원,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옮긴 환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전공의 집단 이탈은 2월 19~20일 시작돼 집계 기간 중 일부는 의료공백 사태 이전이다. 의료공백 기간만 따져보면 회송 환자 증가는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진 의원실의 설명이다.

이런 과정에서 환자가 숨진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 7월 전북 익산에서 70대 교통사고 환자가 응급수술 병원을 찾지 못해 1시간 20여분 만에 병원에서 숨졌다. 경남 김해에서는 콘크리트 기둥에 깔린 60대 화물기사가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병원 10곳을 돌며 1시간 가량 치료가 지연됐다가 사망했다.

복지부의 의사집단행동 환자 의료이용 피해신고 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849건이었다. 신고 사유 중에서는 수술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490건으로 제일 많았고 진료차질 191건, 진료거절 128건. 입원지연 40건 등이었다.

진 의원은 “상급종합병원 업무공백의 피해가 환자에게 온전히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며 “전공의 공백을 메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대책 효과 미지수 = 정부도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

16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들은 이날 오후 5시에 9월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상급년차(2~4년차) 레지던트와 인턴의 지원서 접수를 마감한다. 1년차 레지던트 접수는 14일 마감됐다.

이번 추가 모집은 지난번 모집의 저조한 지원율에 따라 시행됐다. 하반기 모집은 이미 지난달 31일 마감됐지만 지원율은 모집 대상(7645명)의 1.4%(104명)에 그쳤다.

정부는 수련 복귀 의사가 있었지만 짧은 신청 기간과 주변 시선으로 모집에 응하지 못한 전공의들이 더 있다고 보고 모집 기간을 연장했다. 그러나 의료계 안팎서는 이같은 추가 모집이 의미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사직 전공의는 “전공의들이 사직하고 나온 이유는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로 명확하다”면서 “ 이에 대한 정부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이미 지난번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지 않은 사람들이 바뀔 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복지부는 지난 14일 “현재까지 지원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일단 모집 상황을 지켜본 후에 (추가) 대책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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