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대일메시지·실효성 없는 경축사

2024-08-16 13:00:10 게재

윤 대통령, 8.15 통일 독트린 발표

“자유 민주 통일 되면 완전한 광복”

79돌을 맞은 광복절 경축식이 한국사회 분열상을 드러낸 채 마무리됐다. 국회의장도, 야6당도 불참한 초유의 ‘반쪽’ 경축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3·3·7구상을 담은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경축사 분량이 10분 가량 길어졌지만 일본 언급은 2번에 그쳤다.

▶관련기사 2,3,6면

윤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새로운 통일방안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한반도 전체에 국민이 주인인 자유 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지는 그날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은 1994년 김영삼정부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이후 새로 제시된 통일 구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보완하고자 했다”면서 “(8.15독트린의 통일은) 정권 간 인위적 협상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과 북한주민이 자유평화통일의 주체이자 추진세력으로서 이루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독트린은 3대 통일 비전, 3대 추진 전략, 7대 추진 방안으로 구성됐다. 특히 7대 방안에는 남북 대화협의체 설치 등이 포함됐다.

윤 대통령의 이날 경축사에 대해 정치권에선 국민통합도, 대일 메시지도, 실효성도 없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일단 통일 독트린의 7대 방안에 포함된 남북 대화협의체 설치부터 공허한 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다. 남북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데다 8.15독트린이 흡수통일 구상으로 해석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협의체 제안에 응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결국 흡수통일을 주장한 것으로 한줌 극우 세력 규합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독립기념관장 인선 논란으로 광복회는 물론 야권이 경축식에 대거 참석하지 않는 등 내부 분열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남북 통일을 이야기한 점도 아이러니하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야당 대표 중에선 유일하게 경축식에 참석한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우리 내부의 통합도 이뤄내지 못한 대통령이 그 무슨 남북통일을 운운하는지 현실감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도 이날 경축사에서 국민통합보다는 야권과 좌파진영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으로 오히려 싸움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사이비 지식인들은 가짜뉴스를 상품으로 포장하여 유통하며 기득권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며 “검은 선동 세력에 맞서 자유의 가치 체계를 지켜내려면 우리 국민들이 진실의 힘으로 무장하여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광복절 행사를 총평하며 “약간씩 생각이 다르더라도 우리 민족이 하나로 뭉치는 국민통합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광복절) 행사의 의미”라면서 “대통령께서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국민통합에 관련된 인사나 정책을 열심히 내면 이런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일본 관련 메시지가 사실상 전무했다는 점도 비판을 샀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일본을 딱 2번 언급했고 과거사 문제는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지난해 광복절에 이어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일본이 사라졌다. 이러다가 독도까지 잘못되는 거 아닌지 걱정”이라며 “이상하고 기괴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형선 이재걸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