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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당의 역설’을 경계해야 한다

2024-08-19 13:00:02 게재

민주당의 전국 순회 전당대회가 마무리되었다. 당대표 경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으로 시작해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으로 끝났다.

유권자 실망감과 당 역동성 쇠퇴가 관건

이재명 대표는 85% 수준의 득표를 했다. 2년 전에 비해 7%p 이상 오른 득표율이다. 우리나라 정당 정치에서 유례가 없는 기록이다. YS, DJ 시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높은 지지율이다. 전당대회 결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일극체제를 완성했다.

당원중심주의를 내세운 이번 전당대회의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은 30% 수준에 그쳤다. 민주당이 강세인 호남 권리당원의 온라인 투표율은 20%대다.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TK, PK 지역의 온라인 투표율이 40~50%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대표 경선을 한달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치르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다. 장마 폭염 올림픽 휴가철과 겹치면서 여론의 관심은 크게 줄었다. 정치인과 시민이 한자리에 모여 일주일간 토론을 벌이는 스웨덴의 ‘알메달렌’ 축제 방식을 도입하자는 제안도 있다.

새롭게 출범하는 민주당 지도부는 2026년 지방선거까지가 임기다. 그러나 모두의 시선은 3년 앞으로 다가온 2027년 대선 승부를 향한다. 절대다수의 원내 의석과 강력한 당내 리더십의 힘으로 민주당은 3년 후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 우리나라 정치에는 ‘다수당의 역설’이라는 독특한 현상이 있다.

‘다수당의 역설’은 대선 이전에 있었던 총선에서 크게 승리한 정당은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것이다. ‘다수당의 역설’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6년이다. 15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은 제1당이 되었지만 1997년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에 실패했다. 2000년 총선에서도 야당인 한나라당은 제1당이 되었지만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노무현 후보에 패배했다.

‘다수당의 역설’은 민주당에도 적용된다. 2004년 탄핵정국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승리했지만 2007년 대선에서 참패했다. 2020년 코로나 정국에서 치른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크게 이겼지만 2022년 대선에서 패배했다.

부정적 여론조사 지표 극복이 과제

총선 승리가 대선 패배로 이어지는 ‘다수당의 역설’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권자는 총선에서 표를 몰아준 정당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민생문제 해결이나 국정운영에서 성과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반면 총선 승리로 다수당 위치를 차지한 정당은 새롭게 획득한 의회권력을 행사하거나 야심찬 개혁정책의 추진에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 유권자 관점에서 볼 때 당초의 기대감과 성과에 대한 실망감의 괴리가 대선에서 다수당에 대한 책임을 묻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다수당의 역설’ 현상이 발생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총선에서 승리해 당의 몸집이 커질수록 당내 주류세력의 장악력도 커진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세력과 의견이 공존하는 대신 선거 승리를 기반으로 당내 주류세력이 입지를 공고히 하고 세력을 확장한다. 그 결과 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은 줄어들고 여론과 민심의 변화에 대처하는 역량도 감퇴될 수 있다.

‘다수당의 역설’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원내다수당이 되고 당내 주류세력이 배타적인 발언권을 가지면 강성당원이나 팬덤의 목소리만 크게 들린다. 그러나 대선 승부를 좌우하는 유권자는 강성당원이 아니라 일반시민이다. 당내 강경파나 팬덤의 주장보다 평소에는 침묵하는 다수의 유권자 의견에 주목하는 것이 대선 승부에는 훨씬 중요하다.

그렇다면 유권자는 누구이고 지금 어떤 평가를 하고 있나? 한국갤럽에 의하면 일반 유권자는 진보성향(27%)보다 중도성향(42%)이 더 많다.(7월 4주)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은 30% 수준이다.(7월 2주) 국회에 대한 신뢰도(25%)는 다른 국가기관이나 사회단체 중 최하위다.(사회통합실태조사) 정치인 이재명에 대한 호감도는 긍정(33%)보다 부정(58%)이 더 높다.(6월 3주) 이것이 3년 후 대선에서 ‘다수당의 역설’이라는 전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새로 출범하는 민주당 지도부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여론조사 지표다.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심재웅

여론조사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