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이 선택한 ‘이재명 2기 체제’…민심 획득은 과제로
사상 최고 득표율로 대표 연임 성공 … 대선 도전 길 열어
‘거부권 정국’ 극복, 민생 성과 중요 “더 유능한 민생정당”
여야관계 정상화 시동 … 한동훈과 대표회담 분기점 될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대표 선거 사상 최고 득표율(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 170석의 거대야당을 이끌며 다음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대표가 압도적 당심의 지지를 넘어 국민 여론을 포함한 민심을 얻는 지도자가 될지가 관건이다. 민주당 주도의 입법권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이 정면으로 충돌한 대결정국을 벗어날 수 있을지가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대표직 연임 확정과 함께 ‘더 유능한 민생정당’을 외친 이 대표가 국민 뇌리에 박힐 수 있는 민생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갈등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여야관계의 정상화를 끌어낼지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 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제안한 여야 대표회담과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적극 환영 입장’과 더불어 “다양한 민생의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여야 대표회담이 성사돼 채 상병 특검법 등 합의안에 나올 경우 막힌 정국을 벗어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명 대표는 19일 새 지도부와 함께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비서실장에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표회담 실무협의를 지시했다”면서 “국민 삶에 보탬이 되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열어두고 정부여당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대표 연임 후 첫 지도부 회의에서 “한동훈 대표와 빠른 시간 내에 만나 민생문제와 정국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정치의 목적은 먹고 사는 문제 ‘먹사니즘’이고 벼랑 끝에 내 몰린 국민 삶을 구하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국민 열망과 기대를 하나로 모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기본사회 비전, 에너지 대전환을 대비한 에너지 고속도로 같은 정책을 현실로 만들어 가겠다”면서 ‘더 많은 기회를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예측보다 훨씬 더 강한 지지를 보여준 기반 위에서 차기 대선으로 가는 길을 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대표 연임이 결정된 후 수락연설에서 ”더 유능한 민생정당이 되도록, 더 새로운 대한민국을 확실하게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었다. 2번 연속 국회 다수당을 만들어 준 유권자에게 민생성과로 답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엿보인다.
이 대표는 또 오는 22일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를 예방한다. 이 대표는 같은 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예방할 계획이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전당원대회에 보낸 영상축사에서 “당내 경쟁에서 어느 편에 섰는지는 우리 대업 앞에서 중요하지 않다”며 “확장을 가로막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행태를 단호하게 배격하자”고 한 바 있다.
제한적이지만 당내 이 대표 일극체제에 대한 우려와 정치적 거부감이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한 일정으로 풀이된다. 친이재명계 핵심인 정성호 의원은 18일 전당대회 후 “국민들께 수권정당으로 인정 받아야 한다”면서 “당내 민주주의와 다원성 강화로 합리적 세력을 모두 포용해 수구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당선 직후 비서실장에 이해식 의원, 수석대변인에 조승래 의원을 임명했는데 상대적으로 친명 색채가 옅은 인사를 먼저 보인 것도 이의 연장으로 풀이된다.
정부여당과의 관계설정은 분리 대응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치협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관계를 먼저 풀어가는 쪽으로 맞춰질 공산이 크다. 당장 18일 전당대회 후 이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여야 대표회담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즉답을 피한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적극환영 입장과 함께 다양한 민생의제에 대한 대화를 제안했다.
민주당 주도로 처리한 특검법 등 상당수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 대통령실을 직접 겨냥한 사안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와 윤 대통령간의 회담 테이블로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게 중론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실과의 적대적 관계가 형성된 일차적 원인이 윤 대통령이 야당을 존중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오는 결과물 아니냐”면서 “대통령이 입장을 바꾸기 전에는 상황 변화가 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전향적 입장 등을 제시해 온 한동훈 대표 등 여당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대표회담을 통해 비쟁점분야 등 현안 협의를 높여가며 정국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18일 대표회담을 제안하며 특검법과 함께 민생 의제, 지구당 부활 등 정치개혁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실제 두 대표가 협상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여야의 가장 유력한 차기주자로 꼽히는 이재명-한동훈 협상 테이블 등장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당내 압도적 지지에도 불구, 민주당 이 대표 체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고 있는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위협적 요소다. 다만 당의 현재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이 대표 의혹과 관련한 1심 재판 결과가 유죄로 나오더라도 검찰독재정권의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대응할 공산이 크다. 당 안에서는 주된 흐름을 형성한다고 해도 여론이 이를 수용하고 받아들일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