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대비 전국 민방위훈련 혼선 우려
22일 오후 2시 경보사이렌
“긴장감 고조 의도” 반발도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습대비 민방위훈련을 실시한다. 실제 미사일 도발 같은 공습 상황에 대비한 대피 훈련인데 국민들의 참여가 저조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민들에게 과도한 전쟁 긴장감을 고조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행정안전부는 공습 상황에서 국민의 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2일 오후 2시부터 20분간 전국 동시에 민방위훈련을 실시한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7월 호우 피해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24개 지역을 제외한 전국이 대상이다.
훈련은 공습 경보발령, 경계 경보발령, 경보해제 순으로 진행된다. 공습경보가 울리면 신속하게 가까운 민방위 대피소로 대피해야 한다. 공습경보는 2시 정각에 1분 동안 사이렌을 울려 발령한다. 경보가 발령되면 행인은 물론 차량도 도로 오른쪽에 차량을 정차하고 대기해야 한다. 15분이 지나 경계경보가 울리면 대피소에서 나와 통행이 가능하다. 20분 후 경보가 해제되면 일상생활로 복귀한다.
일부 구간에서는 차량통제도 실시된다. 서울의 경우 세종대로네거리~숭례문교차로, 구파발네거리~박석고개교차로, 도봉산역~도봉역교차로 3개 구간을 통제한다. 이 밖에 광역시는 3개 구간 이상, 시·군은 1개 구간 이상 도로에서 훈련을 실시한다.
정부는 국민들이 행동요령을 사전에 숙지할 수 있도록 아파트 공공기관 다중이용시설 등에 안내문을 게시한다. 훈련 전날인 21일과 훈련 당일인 22일에 안내 문자를 사전 발송하고, 훈련이 시작되면 공습·경계·해제 등 경보단계별로 안내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전 안내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알지 못하는 국민들이 사이렌소리에 혼선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주변 민방위 대피소 정보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대피소는 아파트 지하, 지하철역, 지하상가 등 전국 1만7000개가 지정돼 있다. 네이버 카카오 티맵 국민재난안전포털 안전디딤돌앱 등에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지만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하다. 정부가 지난해 공습대비 민방위훈련을 재개했을 때도 이 같은 혼선이 발생했다. 공습대비 민방위훈련은 2017년 8월 실시된 후 중단됐다가 지난해 다시 도입된 만큼 사이렌 소리에 놀란 일부 국민들이 혼란을 겪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해 훈련 당시 사이렌 소리에 놀라거나 대피장소를 몰라 당황하는 시민들의 문의가 많았다”며 “사전 홍보를 적극적으로 했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시민들이 있을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전쟁 긴장감을 고조시킨다는 불만도 나온다. 정부가 민방위훈련을 통해 이념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을지국무회의에서 한 발언도 논란을 키웠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고,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을 동원하여 폭력과 여론몰이 그리고 선전 선동으로 국민적 혼란을 가중하고 국론 분열을 꾀할 것”이라며 “이러한 혼란과 분열을 차단하고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국민을 상대로 한 전쟁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공습대비 민방위훈련 또한 이 같은 위기감 고조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전지역 56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대전자주통일평화연대는 19일 오전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공습상황을 가정한 전국 단위 민방위 대피훈련은 전쟁을 기정사실로 하는 대규모 민관군 동원훈련”이라며 “사회적으로 전쟁대비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불순한 시도”라고 비난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