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량호출 시장 포화 …‘실직자 흡수’ 어려워져
일평균 호출건수·수입 감소
자율주행 택시 등장도 변수
최근 몇년간 중국에서 차량호출 서비스 기사는 취업전선의 최후 보루로 여겨졌다. 차량과 운전면허만 있으면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직장에서 해고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일자리였다. 하지만 이제 이 일로 생계유지를 하기도 빠듯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몇년간 취업시장에서 침체되면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호출차량 기사로 몰려들자 많은 지방정부들이 시장 포화에 대한 경고를 발표하고 신규 진입자에게 주의를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동부 저장성 자싱의 교통당국은 공급 과잉으로 인해 차량호출 서비스 기사의 하루 평균 호출건수와 수입이 감소했다면서 “시장에 무작정 진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자싱 공공도로교통관리센터에 따르면 2분기 전체 호출건수는 증가했지만 차량 1대당 하루 평균 호출건수와 수입은 1분기 대비 각각 0.6건, 9.9위안(약 1800원) 감소했다. 2분기 차량 1대당 11.9건의 호출이 들어왔고, 운영비 공제 전 하루 평균 수입은 214.7위안(약 4만1000원)이었다.
광시좡족자치구의 성도인 난닝 당국이 지난 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2분기 난닝의 차량 1대당 하루 평균 호출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감소했으며, 전일제 운전자의 하루 수입은 약 1.3% 감소했다.
지난 한달 동안 선전과 쑤저우를 포함한 최소 5개 도시에서 비슷한 경보가 발령됐는데 이는 많은 지역에서 차량호출 서비스가 공급 과잉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거나 이미 도달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활동 부진으로 수요 증가가 둔화되고 여기에 무인 택시까지 등장하면서 이러한 경고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소재 중국기업연구소 수석 연구원인 탕다제는 “시장은 현재 하락하기 시작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주로 경제 활동이 약해지고, 기업 폐쇄와 개인 실업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차량호출 서비스가 기존 택시나 대중교통보다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지출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710만명 이상의 차량호출 서비스 운전자가 등록돼 있으며, 이는 2년 전 450만명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2분기에 예상보다 낮은 4.7%의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은 내수 부진, 계속되는 부동산 침체, 높은 실업률로 인해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전체 도시 실업률은 5.2%로 2월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증가했다.
무인 차량을 비롯한 새로운 기술은 앞으로 기존 차량호출 서비스 시장을 더욱 혼란에 빠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궈타이쥔안증권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IT기업 바이두의 자율주행 차량호출 서비스인 ‘아폴로 고’가 우한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이 모델이 다른 도시에서도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보고서는 가격과 승객 경험 면에서의 경쟁력을 언급하며 “자율주행 택시가 기존 택시 및 온라인 차량 호출 산업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바이두는 2024년 말까지 우한에 6세대 자율주행차 1000대를 배치할 계획이며 베이징, 선전, 상하이 등 11개 도시에서 시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지난 5월에 밝힌 바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