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앉는 이재명·한동훈…내심은 특검법·금투세
25일 오후 대표회담 합의 ‘허심탄회’ ‘성과’ 주목
의제 선정 두고 기싸움 치열, 내부 이견 조정 관건
“전격합의 쉽지 않아 … 상대입장 반영 합의 기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는 25일 오후 3시 국회에서 여야대표 회담을 연다. 22대 총선 후 지도부 재편을 끝낸 여야 대표가 마주앉는 첫 자리로, 11년 만의 공식 대표회담이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에 진전된 결과를,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조정방안이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핵심 의제로 꼽히는 안건에 대한 내부의 교통정리가 안된 상황이 변수다. ‘실적’이 필요한 이재명, 한동훈 두 대표가 전격적인 회담 성사에 이은 합의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20일 한동훈-이재명 대표 회담의 의제를 조율하는 실무회담을 이어갔다. 두 대표가 ‘민생문제·정국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강조하면서 회담일정이 전격적으로 결정되면서 민생 현안이 폭넓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표는 19일 민주당 최고위에서 “민생문제와 정국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탄핵과 특검을 반복하며 공전하는 민생 정책을 풀어낼 때”라며 “우리 둘 다 이젠 민생을 이야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대표 회담을 제안하면서 최대 현안인 채 상병 특검법과 민생문제, 지구당 부활문제 등을 의제로 제시해 놓은 상황이다. 한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민생 현안을 논의하자고 맞받았다. 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의결한 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재표결을 앞둔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도 의제로 올라올 수 있다.
연금개혁특위 등 21대 국회부터 미뤄진 현안에 대한 논의 가능성도 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0일 “우리는 의제없이 폭넓게 논의하자는 거고 저쪽은 의제를 두고 하자는 입장인데 좀더 만나서 조율을 해 봐야 할 것”이라며 “이제 만날 일정이 잡힌 만큼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한번 만나서 엄청난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20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민생회담이 될 텐데 흑백을 다루는 것이 아닌 만큼 풍성한 의제를 테이블 위로 올려놓고 대화할 것”이라며 “여야 정식 회담이 11년 만인데, 추석을 앞두고 민생밥상을 국민께 풍성하게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생 현안 논의라는 공감대 위에 성사된 대표회담이지만 여야 대표의 기대치는 다른다.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한 출구가 절실하다. 반면 한동훈 대표는 여당의 대표 취임 후 처음 던진 ‘금투세 폐지’라는 정책성과가 필요하다. 실무회담과 별개로 여야의 장외신경전이 치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야의 입장차 뿐만 아니라 각당 내부의 이견 조정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의제로 제안한 3가지는) 한동훈 대표가 스스로 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본인은 제3자 추천안이 좋다고 생각한다 했으면 대표가 된 다음에 법안을 냈으면 되는데 그렇게 안 했기 때문에 대표회담 가서 논의하게 되는 것인데 지금이라도 (법안을) 내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대전제는 특검을 해야 된다는 국민 요구가 있고, 한동훈 대표도 뭔가 안을 만들어보자 했던 것 아니냐”면서 여야 대표회담에서 성과를 내자라고 말하기 이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본 가방을 준비해 가지고 나오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 역시 같은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특검법과 관련한 한동훈 대표의 제안은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특검에다 제보 공작 의혹을 포함하자는 것인데 당론발의이기 때문에 당 안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며 ”민주당도 이 안에 대해 수용 가능하다, 절대불가다 의견이 분분한 상황 아니냐“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한 대표 특검 입장에 대한 수용 의사가 있으면 두번째 법안 보다는 반발짝이라도 다가왔어야 하는데 위헌적 요소가 더 강한 법안을 발의해놓고 협의하자는 것은 정쟁 하자는 것“이라며 ”토 달지 말고 언제까지 법안을 발의하라는 식은 너무 막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특검법의 합의를 기대하는 것처럼 우리는 금투세·종부세와 관련한 민주당의 변화된 입장을 기대한다“면서 ”내부의 추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대표회담에서) 운영의 묘를 살려나갈 수 있는 합의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금투세 및 종부세에 대한 보완 필요성을 제기하며 원안 고수를 주장하는 의원들과 맞서고 있다. 또 한동훈 대표는 ‘특검 절대 불가’라는 국민의힘 주류의 의견에 반해 ‘제3자 추천 방식’ 추진 입장을 견지해왔다.
대표회담을 통해 갈등정국의 출구를 찾자는 공감대를 넘어 민생과 정국현안의 실마리를 푸는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명환 박준규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