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6개월, 무대화·무대책…의료안전 불안

2024-08-20 13:00:02 게재

정부 ‘깜깜이’ 의대 증원·배정에 국회 3차 청문회 예고

코로나 확산 기로 … 국정조사·책임자 탄핵 ‘청원’까지

개학과 함께 8월 마지막 주에는 코로나19 환자가 35만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 예측이 나온 가운데 국민들의 의료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와 의사의 갈등이 6개월을 넘어 7개월째 접어들었지만 해법은 오리무중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는 19일 오후 마스크를 쓴 시민과 외국인들이 서울 명동 거리를 지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달 말 코로나19 환자가 작년 최고 유행 수준인 주당 35만명까지 발생할 것으로 보고 감염 취약 시설에 대한 관리 강화 및 치료제와 진단키트 공급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연합뉴스

‘과학적 의대 증원’의 근거와 대학별 증원 배정 과정이 ‘깜깜이’인 것으로 확인된 데다 의대생이나 전공의들과의 대화는 멈춰 있고 향후 전공의 부재와 대규모 유급사태에 대한 대책도 정부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국회가 여야 합의로 이끌어낸 ‘대화 중재’시도까지 거부하는 등 해결 의지마저 보이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여당 내에서도 정부의 정책 실패 인정을 주문했지만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의정갈등이 오래 지속되고 있지만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 복지위에서는 교육위와 함께 의정갈등과 관련한 3번째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5만명 이상의 동의로 들어온 청원에 대한 청문회 형식이 될 전망”이라고 했다.

지난달 24일 올라온 ‘2000명 의대정원 증원 정책의 진실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청에 관한 청원’은 이날까지 동의자 5만6000명을 넘어 국회 보건복지위에 부의된 상태다.

청원자는 “지난 6월 국회 청문회를 통해 2000명 증원이 협의도 없고, 근거도 없고, 준비도 없는 3무 졸속 정책이었음이 밝혀졌다”며 “증원 정책의 결정과 시행과정의 진실 규명을 통해 더 이상의 파탄을 막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지금 당장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대정원 증원 결정 과정 △의대정원 배정 과정 △의사 1만5000명 부족의 과학적 실체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독립성 침해 시도 △의대정원 증원에 따른 교육여건 준비 및 관련 예산 확보 현황 △전공의·의대생 미복귀에 따른 정부 대책 △의정합의체 마련을 위한 정부 방안 등 10가지를 규명해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윤석열정부가 의대 증원결정, 배정, 이해당사자들과의 협의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대통령실뿐만 아니라 복지부, 교육부 등 정부 부처에서도 ‘정부의 정책 실패’를 시인하지 않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의정갈등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나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지만 정부는 무대책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고 전공의나 의대생들과의 대화도 정부가 먼저 ‘의제에서 증원을 제외하는 조건’을 포기하지 않은데다 2026년 의대 정원도 확정된 것으로 못 박아 사실상 정부가 대화를 거부한 꼴이 됐다”면서 “정부가 상대방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줄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보니 타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정부, 전공의, 의대생 등과의 ‘대화 자리’를 만들겠다는 여야의 합의마저 수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지난달 30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의대 정원 증원 정책 반대 및 탄핵 요청에 관한 청원’은 “의대정원 증원 및 의료 팩키지 철회와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의대정원 증감에 대한 논의의 장(의료계 및 전문가 포함)마련”을 요구하면서 “심각한 의료대란의 책임자인 보건복지부 장관 조규홍, 차관 박민수, 교육부장관 이주호, 차관 오석환 탄핵”을 주문했다. 이 청원은 이날 3만6000여명이 동의해 29일까지 5만명을 채울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의료 대란을 끝내려면 정부의 반성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8월 16일 의대 교육 점검 국회 청문회를 보니, 코로나19 재유행 대응은 물론 의료 대란을 넘어 의료 붕괴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의대생과 전공의가 돌아와 더 이상의 파국을 막으려면, 우선 정부가 의대 증원 과정에서 잘못한 점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