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코스피 순이익 2배↑…하반기엔 둔화 전망
2분기 실적, 1분기 대비 저조 … 증권가 ‘피크아웃’ 우려
코스닥 순이익 9% 감소, 수출·내수 양극화에 실적 악화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장회사들의 순이익 규모가 전년 동기대비 2배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년 만에 100조원대를 재돌파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이익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2분기 실적부터 이미 1분기 대비 상승폭이 줄어드는 등 기업이익 둔화가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빠르면 올해 3분기 실적부터 ‘피크 아웃(고점 이후 내림세)’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수출·내수 양극화 효과로 지난해보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순이익금액이 9% 감소했다.
◆코스피 영업이익, 2년 만에 100조원 재돌파 = 20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620개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474조48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5% 소폭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02조9903억원으로 91.43% 증가했고, 순이익은 78조7372억원으로 2배(107.21%) 이상 증가했다. 전체 매출액의 9.9%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상장사 연결 매출액은 3.26%,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63.72%, 79.08%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7조499억원, 16조596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3087억원, 3조2981억원 대비 급증했다. 상장사 709개사의 개별기준 영업이익은 59조232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상장사의 연결 부채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113.11%로 지난해 말보다 0.26%p 높아졌다.
흑자를 낸 기업은 620개 중 492곳(79.35%)으로 전년 동기 476곳(76.77%)보다 16개사 증가했다. 적자 기업은 128곳으로 전년 동기 144곳에 비해 16곳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17개 업종 중 의약품(36.64%), 서비스업(32.61%), 음식료품(28.53%) 등 13개 업종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고, 전기전자와 전기가스업, 의료정밀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철강금속(-33.29%), 기계(-22.14%), 화학(-6.59%), 통신업(-2.48%) 등 4개 업종의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금융업 41사(개별 제외)의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0조2255억원, 22조27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7%, 5.15% 늘었다. 순이익 규모는 금융지주 12조4351억원, 보험 5조9608억원, 증권 2조879억원, 은행 1조44억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순이익 증가율은 보험과 증권이 각각 14.11%, 5.02%로 높았다.
◆코스닥은 부진 지속 =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은 부진을 지속했다. 거래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1146개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131조86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5조4996억원과 3조8596억원으로 각각 1.44%, 8.9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4.17%, 2.93%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0.23%p, 0.41%p씩 낮아졌다.
올해 6월 말 기준 코스닥 상장사의 연결 부채비율은 106.40%로, 지난해 말보다 0.61%p 높아졌다. 흑자 기업 수는 705개사(61.52%)로 집계돼 전년 동기보다 2곳 늘었다. 적자 기업은 441곳으로 443곳에서 2곳이 더 줄었다.
전체 21개 업종의 연결 영업이익을 보면 기계장비(43.82%), 일반전기전자(40.97%) 등 7개 업종이 이익 증가세를 보인 반면, 숙박음식(-98.14%), 제약(-69.46%), 오락문화(-66.68%) 등 14개 업종은 이익이 감소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 효과…하반기 전망은 ‘우울’ =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 상장사들의 수익성 개선 원인으로 반도체 업황 개선과 상반기 달러 강세에 따른 조선, 자동차, 기계 등 수출기업의 실적 호조를 꼽았다. 다만 큰 폭의 성장세는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최병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5년간 한국의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예상치를 상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번 실적 서프라이즈 비율은 과거 평균(영업이익: 과거 +1.6%)을 소폭 상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실적과 주가 흐름을 보면 영업이익 기준, 예상치를 상회하는 종목은 평균적으로 코스피 대비 0.4% 상승, 부합하는 종목은 코스피 대비 0.1% 하락했다. 이에 비해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하는 종목은 코스피 대비 3.0%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체적으로 쇼크 종목들의 성과가 나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침체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우선 지난해 상반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이익 증가세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들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52.45% 감소하면서 2005년 이후 역대 감소폭을 기록한 바 있다.
또 2분기 실적은 1분기 대비 상승폭이 줄어드는 등 소폭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하반기에는 이익증가세가 더 둔화될 전망이다. 실제 2분기부터 일부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둔화하는 등 실적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업종별 차별화가 두드러진 점도 경계해야 할 사항이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에 비해 실정 개선이 IT 업종에만 집중된 점은 부담”이라며 “하반기는 상반기에 비해 이익증가세가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수출국 미국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 점과 미 연준의 금리인하, 미 대선을 전후로 한 미국의 중국 견제 강도 및 자국 보호 조치의 변화도 국내 기업 이익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