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공정·상식 내팽개친 ‘용적률 먹튀’
공동주택이란 하나의 건축물의 벽 복도 계단 그밖의 설비 등의 전부 또는 일부를 여러 세대가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세대마다 독립된 주거생활이 가능한 구조로 된 주택을 말한다.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기숙사 등이 해당되며 가장 대표적인 형태로 아파트를 들 수 있다.
최근 들어 공동주택의 상징격인 아파트에서 공동체 정신이 실종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용적률 혜택을 챙긴 뒤 그 댓가로 만들기로 한 공공시설은 거부하는 이른바 ‘용적률 먹튀’다. 사실 개별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은 주민들이 건설사를 구해 알아서 하면 된다.
세대수도 기존과 똑같이 하는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서울은 집을 새로 지을 땅이 없다. 주택공급이 필요한 공공과 재건축을 통해 재산 증식을 원하는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대한민국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민간인이 제 집 불리는 걸 공공이 나서서 도와주는 ‘재건축 시장’이 형성됐다. 재건축으로 인한 세대수 급증은 교통난, 인프라 확충, 환경 악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공공은 주택공급이 필요하고 민간은 돈을 벌고 싶다. 이 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용적률’이다. 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을 지칭하는 용적률을 이용해 같은 면적의 땅에 높이를 높여 양측 이해를 맞춘다.
재건축 추진 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공공기여를 내도록 규정돼 있다. 세대수를 늘려 수익성을 높여준 만큼 피해를 끼친 주변과 지역에 최소한의 기여를 하라는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다. 하지만 이를 저버리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선호시설로 분류되던 노인문화시설은 ‘노치원’으로 불리며 혐오시설로 둔갑했고 홍수 때 넘치는 비를 저장하는 빗물저류조도 반대한다. 수급자들의 재기를 돕는 자활센터는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빗물 저장시설을 반대했던 아파트 단지는 불과 2년전 하수도 역류와 빗물 분산시설이 부족해 단지 주변이 모두 침수됐던 대표적 단지다.
위부터 아래까지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의식이 지배하는 현 시대에, 나와 내 가족의 이익을 앞세우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풍조를 단번에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공동체 정신을 내팽개친 결과가 반드시 본인들에게 이득이 될 거라는 보장도 없다. 노인시설을 반대하고 있는 재건축 단지에 입주를 준비 중인 한 시민의 “마치 자신들은 늙지 않을 거고 자신들 단지엔 젊은 사람들만 산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며 “해당 시설을 만들어서 가장 큰 혜택을 볼 사람은 결국 단지 주민들이 될 수 있다”는 말을 곱씹어봐야 할 시점이다.
내 재산 늘리느라 주변에 피해를 줬다면 그에 합당한 기여를 내놓은 건 자본주의의 기본이다.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기 위한 정부와 서울시의 합당한 조치가 시급하다.
이제형 자치행정팀 기자